새 정부 "산업자본으로 국책은행 민영화"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이상배 기자 2007.1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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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측, 금산분리 단계적 완화로 가닥 잡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의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선자 측은 우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까지 우선 허용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후 15%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고려, 15%까지 한꺼번에 확대하기 보다는 단계적 완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으로도 10%(단 4%초과 지분 의결권 제한)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당선자 측 입장에서 보면 금산분리 완화는 양보할 수 없는 카드다. 당선자 측은 중소기업이나 금융소외 계층 지원 등에 필요한 재원은 국책은행 민영화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 민영화가 선결돼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금융회사들이 국책은행을 인수하기 어렵다. 결국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 금융당국 금산분리 완화 부정적 = 이명박 당선자측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현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금산분리 원칙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고 미시적인 조정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산분리 원칙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인데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든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곳은 없다”며 “거래은행의 지분을 기업이 소유하고 있을 경우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금고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출에 특혜를 주는 등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수는 292개에 이른다. 하지만 89%에 해당하는 260개의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에 대한 지분율이 4% 미만이었다. 세계 100대 보험사도 산업자본의 88.9%가 4%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측의 강한 의지를 고려할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까지 높이는 방안의 수용이 불가피하지 않냐는 게 금융당국의 반응이다. 다만 시민단체와 은행권의 반발을 감안하면 한도 확대 폭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자본에 국책은행 지분 넘어갈수도 =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대해 금융당국은 외국자본 문제도 함께 거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확대해 줄 경우 국내 산업자본이 아닌 외국 산업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자측 방안대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할 경우 반드시 국내 산업자본이 국책은행의 지분을 소유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미 OECD에 가입한 상황에서 외국자본에 대해 차별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자본이 국내은행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민영화를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풀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금융회사가 상호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부작용이 예상되는 방법보다는 다른 방안을 우선 검토해 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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