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에 원유 수출 중단" 위협(상보)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7.12.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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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내 유전개발 사업 중단 요구..정부, 이라크 진의 파악 중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등 국내 기업들이 진행 중인 이라크 쿠르드 정부지역 내 대규모 유전개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이라크 중앙정부가 우리 측에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이라크 중앙정부가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사업을 지속할 경우 한국 기업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는 뜻을 SK측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등 한국컨소시엄은 지난 11월 12일 이라크 아르빌에서 이라크 북동부 쿠르드지역의 바지안 육상 탐사광구에 대해 쿠르드 자치정부와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에는 석유공사(지분 38%) 외에 SK에너지(19%), 대성산업·삼천리·범아자원개발(각 9.5%), 유아이에너지(5%), GS홀딩스·마주코통상(각 4.75%) 등이 참여했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인 아르빌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이 광구는 약 5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컨소시엄은 오는 2010년까지 물리탐사와 탐사 시추를 할 계획이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지분 참여 기업 중 국내에 원유 수입을 하고 있는 SK에너지에 이같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이라크 석유법 국회 처리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유전사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중앙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사업을 중단하라는 입장이고, 쿠르드 자치정부는 독립적인 석유법을 발효해 나름대로 광구 개발을 해나가겠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라크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미 상당 부분 투자에 나선 기업들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향후 원유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이라크는 여섯번째 대(對)한 원유 수출국으로 이 곳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는 대부분 SK에너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입한 원유는 모두 3712만 배럴로, 전체 수입 물량 중 5.2%를 차지했다.

한편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 석유공사 등 컨소시엄 관련기업들은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라크 정부의 진의파악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산자부와 외통부에서 이라크 중앙정부에 그동안 관계를 고려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협조서안을 방송키로 했다"며 "이라크 중앙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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