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지원 '원칙' 찬성 각론 '글쎄'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이상배 기자 2007.12.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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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본격 검토 착수…지원대상자 따라 필요 재원 '고무줄'

정부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지원 공약에 대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지원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원마련이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반응이다.

특히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지원할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이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2004년에 시행했던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성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금융채무 불이행자 지원 필요하지만…

우선 과거 신용불량자 대책을 주도했던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 지원 공약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재경부 관계자는 24일 “이 당선자의 금융채무 불이행자 관련 공약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면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감위 관계자는 “저신용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인수위가 정식으로 출범한 이후 보다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약집에서 밝힌 내용만으로는 어떤 방식의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상과 그들의 채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저신용자의 경우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원 대상자, 채무 규모 확정 먼저 해야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을 종합하면 330만명에 이르는 사채 이용자 가운데 500만원 이하 채무를 지고 있는 240만명이 우선 지원대상이다.

당선자 측은 1조원의 재원을 통해 10조원에 이르는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보증 방식을 활용하면 투입 재원의 10배까지 보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저신용자의 대출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약집에서 밝힌 7~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신용정보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최저등급인 10등급 대출자는 76만9262명, 평균 대출금액이 241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금액은 18조5400억원에 이른다. 저신용자 그룹인 7등급 이하 대출금액은 무려 123조원에 이른다.

은행연합회에 취합되는 자료가 은행의 대출금과 카드론 등으로 제한되고 대부업체 자료는 취합되지 않는다.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신용기록 선별적 구제, 법원 파산제도와 조화 필요

신용기록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일괄 삭제보다는 연체이유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구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불량 기록은 채무를 완전 상환하면 삭제되지만 최장 3년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다”며 “단순 실수에 의한 연체나 연체금액이 소액인 경우 보존기간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개인파산제도와 신용회복지원제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개인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신용회복지원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처럼 이원화된 구조로 운영할 경우 금융회사의 참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지원제도를 마련하기 이전에 신용정보 인프라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신용정보 관계자는 “복수신용카드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하게 되면 대출 승인율이 2~8% 가량 높아진다”며 “은행 기준으로는 연간 2조 3000억원 가량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저신용자 계층의 대출 승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별한 지원 없이 제도 개선만으로도 서민금융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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