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투자자들 1년 먼저 발빼기

더벨 현상경 기자, 박홍경 기자 2007.12.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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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해태제과에 무슨일이?①]KBㆍKTB, 상장 앞두고 "지분 되사달라"요청

이 기사는 12월25일(16: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IPO로 기대수익 어렵다".



지난 2004년말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사들일 당시 인수자금을 댔던 주요 투자자들이 당초 예상보다 1년이나 서둘러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둔 해태제과 상장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크라운-해태제과 전반의 자금유동성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해태제과의 최대주주인 크라운제과 (5,950원 ▲40 +0.68%)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KB 03-1기업구조조정조합'(KB조합)과 'KTB 13호 03-4 기업구조조정조합'(KTB조합)이 그간 보유해온 해태제과 지분 전부를 되사줄 것(Buy Back)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합은 3년전 각각 200억원, 100억원을 투입해 해태제과 지분 7.7%, 3.9%를 사들였다.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12만3500원. 이들은 이번에 이를 주당 16만3900원 안팎, 연간 10% 정도의 수익률로 크라운제과에 되팔았다.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인수할 때 투자자들에게 1) 매년 배당수익+추후 IPO를 통한 수익 2) 풋옵션을 통한 연 10%대의 만기보장수익률의 두가지 선택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지분처분은 전자 즉, IPO를 통한 '대박'을 결국 포기하고 후자인 안정적인 풋옵션을 선택한 경우다. IPO를 통해 대규모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업계 시각이다.


"상장 vs 풋옵션" 선택의 기로

크라운제과는 3년전 화의상태를 벗어난지 1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윤영달 대표 횡령혐의 유죄 등의 어려움까지 극복하고 UBS캐피털 컨소시엄에서 해태제과를 사들였다. 인수자금은 5500여억원중 1050억원만이 자체 자금이었다. 3000여억원을 은행권에서 차입했고 군인공제회에서 700억원, 크라운협력사에서 379억원, KB조합에서 200억원, KTB조합에서 100억원을 각각 끌어들였다.
해태제과 투자자들 1년 먼저 발빼기


그 대가로 군인공제회에는 전환우선주 56만7000주를, KB 및 KTB조합에는 보통주 16만2000주, 8만1000주를 각각 제공했다. 또 배당금과 향후 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만기보장수익률만 받고 지분을 되팔수 있는 풋옵션을 주주간계약을 통해 제공했다



하지만 전환우선주를 받은 군인공제회가 매년 배당금을 받은 것과 달리 KB와 KTB조합은 해태제과 영업이익이 2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계약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KB, KTB조합측은 투자후 단 한번도 배당을 받지 못했다.

특히 이들은 설립후 5년인 2008년말이면 조합 자체를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합 해산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에서 남겨진 기회는 해태제과의 IPO에서 대박을 기다리던가, 아니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 뿐이었다. 결국 내년에 해태제과가 IPO에 성공하고 주가가 크게 올라 대규모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

이런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태제과의 공모가가 얼마에 형성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IPO가 되더라도 내년까지 주가가 보장수익률보다 높은 17만원 이상까지 오르리라고 보기 어려워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 가까이 참았으니 이젠 팔때"

크라운제과는 양측 조합이 만기전 조합 해산사유가 발생해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종표 크라운제과 기획부장은 "이들 조합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트리거조항을 발동해 지분재매입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며 "단지 조합해산 사유가 발생해 재매입을 요청해 왔고, 마침 회사에 자금 여력이 있어 지분을 매수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매입을 결정할 권리가 회사측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조합중 한군데는 만기 이전에 해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해태제과 이외의 다른 투자자산들이 있어 당장 해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각 조합에서 해태제과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KB조합의 경우 50%, KTB조합은 12.5%이다.



특히 지분 재매입 결정권이 회사측에 있다는 크라운제과 설명과 달리 이들 조합에겐 이미 2006년말 해태제과 결산이 나온 시점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계약에 따라 매년 해태제과의 매출과 수익, EBITDA 등을 고려, 연간실적이 일정수준에서 미치지 못하면 지분재매입을 요청할 수 있는데 2006년 해태제과가 적자를 본터라 언제든 풋옵션 발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적자 이후 올해 해태제과 실적이 좋아 꾸준히 참아줬지만 더 버틸 이유가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 조합의 이탈로 3년전 크라운의 해태제과 인수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곳은 IPO와 사실상 무관한 군인공제회, 그리고 크라운제과 협력사뿐이다.



크라운제과가 인수한 24만3000주는 향후 회사측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당 16만원 이상에 되샀으니 향후 주가가 이보다 높아지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실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04년말 짰던 투자스킴이 3년후 해태제과 재상장을 앞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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