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동일 출발선위의 단백질 신약

이종서 에이비프런티어 대표 2007.12.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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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의 단백질의약품 바로알기⑨

많은 사람들이 국내 제약사가 여러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어떻게 경쟁을 벌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100여년 이상의 신약개발 경험을 갖고 있고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가 우리 국가 전체 바이오 규모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사실이지만 치료제 시장의 동향과 최근 바이오 기술의 진보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생물학 연구의 진보로 신약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단백질들이 매일같이 새롭게 알려지고 있다. 누가 먼저 이들 후보 중에서 신약의 목표로 적합한지를 가려내고 목표 단백질에 대한 치료제 개발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가 앞으로 의약품 시장에서의 승부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의 어려운 여건들을 탓하며 현재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단백질 의약품 개발은 합성 의약품과 다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병을 일으키는 항원에 대해 항체를 찾아내는 파지 디스플래이(phage display) 기술을 이용한 항체의약품의 개발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어떤 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냐가 정해지면 그 병(목표질환)의 원인이 되는 목표단백질을 찾아야 한다. 목표단백질은 새로 발견하거나, 기존 것 중에서 선정하게 되는데, 목표질환을 치료하는데 결정적인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하며 이 기능을 조절해 치료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 접근 방법과 해당 질환 치료제 시장 등의 모든 사전 검토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항체를 만든다. 먼저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질환단백질)을 실험용 동물에 주입해준다. 이런 질환 단백질은 실험동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異)물질이기 때문에 동물은 이를 해로운 것(항원)으로 인식하고 제거하기 위한 면역기능을 작동,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면역화 과정이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동물의 면역기관에서 항체를 만드는 세포들을 분리하고 다시 여기서 항체 단백질의 정보를 갖고 있는 유전자를 분리하면 된다. 면역 세포들 속에는 다양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이들 각각의 유전자들을 박테리오 파지라 불리는 세균용 바이러스 속에 넣어준다. 박테리오 파지는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넣어준 유전자를 갖고 다양한 항체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공장' 역할을 한다. 이렇게 다른 유전자가 들어간 파지를 재조합 박테리오 파지라 부른다.


재조합 박테리오 파지를 배양하면 다양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파지 '라이브러리'를 얻게 된다. 도서관과 같이 필요한 항체 정보가 다 있다는 의미에서 라이브러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각 파지들이 갖고 있는 항체를 구분해 원하는 항체를 골라내는 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어떠한 선별 전략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찾아지는 항체가 달라지게 된다. 마치 동일한 광산에 들어가 어떤이는 보석을 찾아 나올 수 있지만 어떤이는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이렇게 찾아낸 항체는 생명공학적 기법을 통해 여러차례 변형된다. 질환 단백질에 더 단단히 붙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지는 것이다. 특히 치료용 항체 단백질이 우리 몸에 사용될 때 외부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이 작동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서 이 단계에서는 여러가지 사항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선별된 항체의 구조분석 및 작용 부위 분석을 진행하면서 약효 유효성 테스트도 병행된다. 독성 테스트도 동물실험을 통해 진행된다.

바이오 의약품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대량 생산 공정이다. 합성의약품과는 달리 생산 과정에 따라 최종 항체 생성물의 구조나 기능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세포주 개발, 배지개발, 배양조건 확립, 정제, 품질관리(QC) 등 각각의 과정이 나중에 의약품으로 인허가를 받는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이후의 전임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등은 일반적인 의약품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바이오의 꽃으로 불리는 단백질 의약품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시판되고 있는 단백질의약품은 사람 단백질 중에 불과 5% 미만 정도만 알려졌을 때 이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사람 단백질들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들은 우리들에게 개척자적인 도전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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