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나라 싱가포르, 금융대국 도약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2.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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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C이어 테마섹, 신용경색 이용 세계 금융기관 연이어 투자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가 신용 경색 국면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대국(Heavyweight)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저널은 이를 통해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시장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 금융대국 도약


지난주 메릴린치는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한 투자회사인 테마섹으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마섹은 이사회에서 이 거래를 잠정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마섹이 미국 자산을 대규모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동 중국 등 대규모 국부펀드를 운용중인 나라들이 신용경색으로 급락한 미국의 금융기관에 적극 투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하자원이 없는, 그래서 무역과 금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소국' 싱가포르에게 이번 투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주전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스위스은행인 UBS에 115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중동의 투자자와 협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GIC의 몫은 96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테마섹과 GIC는 메릴린치와 UBS 투자에 대해 경영권 장악과 연관이 없는 수동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저널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싱가포르가 대규모 자금을 빠르게 모집할 수 있는 훌륭한 금융 국가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자산관리회사중 하나인 UBS의 투자를 바탕으로 프라이빗 뱅킹 허브로 자리잡으려는 싱가포르의 목적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진단했다.

홍콩과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로서는 의미가 큰 '사건'이라는 것이다. 당장은 홍콩에 더 많은 헤지펀드가 설립되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퀘적한 환경 조건, 다양한 자금 지원책 등으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는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내세워 정보기술(IT)와 바이오테크와 같은 지식 산업도 유치하고 있다. 이슬람 긍융의 중심이라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부상하는 힘의 원천은 수십 년간 지속된 무역 흑자와 74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투자 전략에서 비롯된다.

1974년 테마섹은 다수의 정부 기업 지주회사로서 출범했다. 당시 2억4300만달러였던 자산은 현재 1640억달러로 증가했다. 1981년 외환보유고 운용을 목적으로 탄생한 GIC는 현재 1000억달러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GIC는 그동안 대규모 지분 인수를 꺼려왔지만 UBS 투자로 태도가 바뀌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테마섹의 최고경영자(CEO)인 호 칭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다.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그룹의 CEO를 역임하기도한 그녀는 현 싱가포르 총리인 리센룽의 부인이자 리콴유 전 총리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2002년 CEO에 오른 호 칭은 해외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정부 소유의 중국 은행이 상장되기 전 지분을 대량 취득하기도 했다. 중국 증시 급등으로 투자마다 '대박'이 났다.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 금융대국 도약
한편 신용경색 위기를 호기 삼아 맹활약하고 있는 국부펀드들은 경영권을 장악하기 보다 적은 지분을 확보해 투자기업이 속한 정부와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박사는 "국부펀드들은 투자 국가의 반응과 그 나라 대중들의 여론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마섹의 경우 이러한 교훈을 타이의 전 수상인 탁신 총리가 소유한 통신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절감하기도 했다. 테마섹의 인수 와중에 탁신 총리가 세금을 피할 수 있었는데, 이점이 대중의 분노를 더하면서 결국 탁신 총리가 물러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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