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외교' 키워드는 실리·한미동맹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7.12.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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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대사 면담서 피력…'할 말은 한다' 타깃 美서 北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번째 시련은 외교ㆍ안보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북핵 문제는 지뢰제거 작업처럼 치밀하고도 섬세한 노력이 요구되는 반면, 아직 당선자의 정책은 설익은 부분이 많아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기선제압을 중시하는 북한이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위협구'를 던지고,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 정부가 기꺼이 '데드볼'을 맞을 경우,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아직은 소수의견에 불과하고, 대체적으로는 '실용정부'를 표방한 당선자가 외교에서도 '실리'를 중시할 것이므로 파국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외교 키워드 '실리'와 '한미동맹'=이명박 당선자의 외교정책, 이른바 'MB독트린'은 이념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실리외교'로 요약된다.



이 당선자는 지난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도 할 말은 하겠다'며 자주외교를 표방해 온 현 정권과 확실히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신 '할 말은 하겠다'는 대상이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 당선자는 "과거 정권이 북한에 대해 비판을 삼가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그런 것은 변화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권한 현 정부와 달리 인권문제, 납북자문제 등에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4강 대사 면담서 '한미일 협력' 강조=이런 분위기는 부시 미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당선축하 전화 내용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자와 함께 북한에 대해 확고한 자세를 보이겠다"고 밝혔고 이 당선자는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 북핵을 포기시키는 데 협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화답했다.

당선자는 후쿠다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미일 3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10년과는 다른 방식의 한미일 동맹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들어 미국과 일본을 설득하는 일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들어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새로운 마스터플랜' 마련=이 당선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을 '한미동맹' 강화에서 찾고 있다. 그는 외교안보 공약에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한미동맹의 최종 목표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읽고 현 정권에서 합의된 '전작권 환수'도 재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보다 한미ㆍ한일 관계에 무게가 실리게 되면, 실리를 위한 무게추도 '남북경협'이 아닌 '한미ㆍ한일 경제협력' 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이 당선자는 주변 4강 대사들의 축하방문 자리에서도 특히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 앞으로 '경제실리외교'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당선자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려면 한미동맹의 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고,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와도 경제협력 강화 의견을 나눴다.

글레브 이바센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에서도 북핵문제보다는 동시베리아 개발문제 등 면담 시간 상당 부분을 에너지 및 경제 문제에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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