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국밥, 백화점과 방탄조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정영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7.12.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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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선 취재 뒷얘기

지난달 27일 시작된 대선 선거운동은 후보와 수행원들 못지않게 취재 기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밤잠을 설치는 건 예사였다. 하루종일 수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느라 비행기와 기차, 버스와 택스를 번갈아 타는 가운데 식사는 김밥과 햄버거로 때우기 일쑤.

해프닝도 많았다.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등 각 후보의 성격과 소속정당의 분위기에 따라 캠프별 개성이 뚜렷했다.



◇"후보님, 좀 만져볼게요"= 총기탈취 사건 이후 한나라당 출입기자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후보가 방탄조끼를 입었는지 여부. 후보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캠프 관계자들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자▲이명박 당선자


끝내 어느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명박 후보가 기자들과 악수하는 틈을 타 한 기자가 직접 그의 몸을 더듬었다. 이명박후보가 방탄조끼를 입은 게 확인된 순간이었다.



총기탈취 사건 이후 기자들이 "보험 들었냐"고 서로 묻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테러 사건이 있을 경우 후보와 지근거리에서 움직이는 기자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수행원들이 검은색 007가방을 들고다닌 것도 눈에 띄었다. 이회창 후보는 수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다. 가방 안엔 방탄조끼 등 만약을 대비한 물품들이 들어있었다는 후문이다.

◇"밥 좀 천천히 드시지…"= 이회창 후보가 유세 기간 가장 많이 먹은 게 국밥, 비빔밥이다.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걸로 골랐기 때문.


▲비빔밥 비비는 이회창 후보▲비빔밥 비비는 이회창 후보
게다가 그는 식사 속도가 빨랐다. 길어야 10분이면 충분했다. 대변인과 수행원들은 속도에서 밀렸다. 밥을 먹다 숟가락을 놓고 이회창 후보를 따라 서는 게 다반사였다. 이들은 유세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밥을 반밖에 못 먹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도 했다.

이회창 후보는 기자들의 생일에 장미꽃과 케이크를 선물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과시(?)했다.

정동영 후보는 햄버거를 많이 먹었다. 이동중 차 안에서 햄버거와 튀긴 닭으로 끼니를 때운 일이 많았다.

선거 후반엔 수행원들이 죽을 사들고 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바쁜 일정과 스트레스 탓에 소화가 잘 되는 죽을 원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백화점을 좋아해?= 후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자들은 유세 내용을 받아쳐야 했다. 하지만 유세장은 시장 한가운데, 역 광장 등이 대부분이었다.

▲식사 뒤 물 마시는 정동영 후보▲식사 뒤 물 마시는 정동영 후보
기자들은 노하우를 익혔다. 일단은 주변의 벤치를 선점한다. 마침 추운 날은 유세차량 운전석이 최고의 명당이다. 스피커를 실은 트럭의 뒷 공간도 유용하다. 단 이 곳은 너무 시끄럽다는 게 단점.

최고의 야외 유세장은 백화점 앞 광장이다.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또 인근에 벤치가 많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화장실을 찾기 힘든 '사거리 유세'였다.

◇"누가 이런 걸 발명한 겁니까"= 언론사에선 기자들에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단말기(무선랜)를 지급했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만 갖고 있으면 기사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유비쿼터스 언론 환경이다.

무선랜은 고맙기도, 또 원망스럽기도 한 존재였다. 이동시간이 많다보니 버스나 택시 안에서 기사를 써야 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멀미를 참기 힘든 때가 많았다.

▲유세장의 경호팀▲유세장의 경호팀
이동이 많다보니 "대선이 운송업계에 특수"란 우스개도 나왔다. 후보와 수행원, 경호원, 취재진과 열혈 지지자들이 모두 함께 움직였다. 평소 한산하던 국내선 항공기 좌석이 동이 나는 일도 잦았다.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의 공통점은 기아차 (126,200원 ▲600 +0.48%)의 '카니발'을 타고 다녔다는 것. 이명박 후보가 탔던 7인승 '그랜드 카니발 하이 리무진'은 선 채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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