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예측 '족집게 도사'는 없다

황숙혜 기자, 홍정표 기자 2007.12.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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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홍&황의 투자카페

자산 증식의 양대 축을 이루는 주식과 부동산.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양측 전문가들의 시각이 크게 엇갈려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측하며 금융 자산의 투자를 늘릴 것을 강조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건재함을 강조하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과 같은 고통스러운 부동산 자산 가격을 경험하게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과 부동산의 투자 가치를 대체할 만한 자산을 찾기 힘들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지난 14일 용산의 한 강의실.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인 가운데 부동산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강의를 맡은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부동산 가격의 장기 하락 예측에 일침을 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본이 겪은 디플레이션이 국내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믿는 것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이른바 '대폭락'을 기다리다가는 노후 대비의 기회를 영영 놓칠 지도 모른다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거품이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고, 지역별 가격차 역시 선진국에 비하면 낮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장기적인 집값 하락에 한 표를 던지는 이들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근거로 내세운다.
부동산시장 예측 '족집게 도사'는 없다


재정전략연구원의 김영호 원장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재테크의 99%는 타이밍이다'에서 2010년 이후 주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지금부터 부동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의 좌표라고 할 수 있는 40대 인구 비중이 2014년 정점을 이루며 비중이 감소하는 만큼 주택 매도 물량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주택 매매의 실수요를 형성하는 혼인가구수와 전체 가구수 증가율이 꺾인다는 것.


사실 김영호 원장 외에도 이른바 '증권맨' 가운데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를 근거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극단적인 비관론자의 경우 주식과 부동산, 상품에 이르는 자산 가격이 2010년을 전후로 정점을 이루고 이후 디플레이션의 세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리고 내 집을 마련하거나 평수를 늘리고 싶어도 2013년까지는 꾹 참아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이와 달리 고종완 대표는 2009년을 전후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장기 상승세로 전환, 201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로 볼 때 2001~2006년 상승 후 2년 가량 숨고르기 중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현실로 나타나기 전까지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교육 여건과 역세권, 뉴타운 개발 등 호재를 갖춘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누가 정답을 얘기하는지는 2010년을 넘겨봐야 알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도 지역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차별화 된지 오래다. 전체 부동산 시장이 오르고 내리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정권의 시작점과 맞물려 기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도심의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급격히 가격이 올라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집값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강남이 가격 반등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라는 특수 수요가 늘 남아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전문가들의 예상일 뿐이다. 예상은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모든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정확한 전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도 때에 따라 맞고 틀리는 것이 다르다. 전문가는 일반인 보다 전망을 맞출 확률이 약간 높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주식을 팔면 상한가를 치고 사면 하한가를 치듯이 내가 이사 가고자 하는 지역의 부동산은 빨리 오르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늘 늦게 오르는 것 같다.

투자 활동에 관해서 남을 탓할 수는 없다. 내가 돈을 벌었다고 조언을 들은 전문가에 수익을 나눠 줄 리도 없거니와 손해를 입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전문가의 의견은 '내 투자'에 참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투자 수익를을 극대화 하려면 전문가의 소중한 의견을 듣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 해야될 일일 것이다.



주가 전망을 물으면 한 증권사 CEO가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주가 상승 대세 국면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악재로 주가 조정이 있을 것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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