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경선에서 실패, 대선행 티켓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유독 합종연횡 및 돌발변수가 많았던 이번 대선 국면은 박 전 대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크게 당원선거와 여론조사로 이분화해 실시된 지난 8월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당원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눌렀지만 1표가 5표의 효력을 가지는 여론조사 때문에 패했다.
이후 이명박 후보는 '한지붕 두가족'이 된 당을 봉합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데다 이명박 후보 측도 오히려 박 전 대표 측에 폐쇄적인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 그러나 지난달 7일 보수진영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20%까지 올랐고 위기감을 느낀 이명박 후보는 결국 "박 전 대표와 정치적 파트너, 소중한 동반자로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도 화답하듯 "(이회창 후보 출마) 정도 아니다"라고 했다.
'박근혜파워'를 증명하듯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을 앞둔 5일 동안 '삼고초려'와 총리직 제의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내뱉은 말과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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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원칙주의' 역시 플러스 요인. 한나라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번 대선에서 "약속도 지키고 한나라당도 살리는" 박 전 대표의 선택은 지지층 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받는 관심에 비해 표현이 적은 박 전 대표의 정치스타일에 각종 해석이 난무하면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냐"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직후에 있는 4.9 총선도 문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공천에서 '팽'(烹) 당한 후, 세력을 모으고 있는 이회창 후보 쪽에 몰린다면 친박 세력 내에서도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정도에 따라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사모' '파랑새단' 등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철회를 간청했지만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은 것도 작은 균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