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은퇴는 없다…총선을 향해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7.12.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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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대선에서 쓴잔을 마신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이번에도 모습을 감출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선 장정을 거치며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에 선을 그었고 오히려 "대선 후 현 국면을 주도할 새로운 세력이 선보일 것"이라고 창당을 시사했다. 그가 내건 기치는 '정통보수세력'. 중도실용을 강조하는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대선 후 이 후보의 세력 확대 방향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축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협력 모색. 대선 출마 후 박 전 대표의 이름을 걸치기만 하면서 은근히 프러포즈했던 이 후보는 대선을 5일 앞두고부터 노골적 구애를 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두번이나 문전박대를 당하고도 선거 전날 또 박 전 대를 찾았다. 사실 대선 전 연대는 물건너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 이 후보 측 강삼재 전략기획팀장도 "속수무책 팔짱끼고 있을 수만 없고 발만 동동 구르는 연장선상에서 가신 것"이라고 했다.

뚜렷이 대선을 겨냥하기보다 이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대구경북(PK)에 구축된 박 전 대표의 두터운 지지층도 매력적이다. 이같은 짝사랑은 이 후보의 당락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투표후 박 전 대표와의 향후 만남에 대해 "언제든지"라고 했다.

다른 하나의 축은 지역기반 확충이다. 선거과정에서 국민중심당과 합침으로써 충청기반은 나름대로 잘 닦였다. 또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합류로 영남 지역으로 들어가는 물꼬는 텄다.


'아무것도' 없던 처음에 비해 지역기반이 점점 넓어져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 후보가 창당의 뜻을 내비쳤을 때 나오던 "영충(영남충청)당이 아니냐"는 비아냥은 지역주의 회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및 호남 지역 열세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다른 변수들도 있다.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불협화음은 이 후보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내 운신의 폭이 좁은 의원들은 4.9총선을 위해 또다른 보수세력인 이 후보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 이 후보의 득표율도 향후 행보가 정당성을 가지느냐 마느냐를 좌우할 수 있다. 출마 당시 20%를 선회했던 지지율은 하향세를 타면서 보수진영의 '스페어후보'로서 명분을 잃은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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