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아닌 '재무설계'로 승부하라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1.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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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새해 바로잡아야 할 재테크 습관

# 연말 상여금을 굴릴 곳을 찾던 고수익 씨는 코스피시장의 A 종목에 투자하기로 했다.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로부터 1년 안에 100%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는 얘기를 듣고 베팅하기로 결심했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얼마나 감내할 수 있으며 투자 기간은 얼마나 길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 내 집 장만 5개년 계획을 세운 신중해 씨. 필요한 자금과 매월 적립 가능한 투자 자금을 감안해 기대 수익률을 산출했다. 투자 기간과 목표 수익률에 맞는 펀드 리스트를 만든 후 투자 자산과 수수료, 세금 등 상품 특성을 따져 적합한 상품을 3개로 압축했다. 신중해 씨는 3개 펀드에 분산 투자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생각이다.

두 가지 사례에서 본 투자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금 운용 방식이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로 구분되는 것 이외에도 장기 계획의 유무와 투자 자산을 선택하는 과정이 대조된다.



통상 투자 행위를 일컬어 '재테크'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적합하지 못한 표현일 뿐 아니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를 바탕으로 한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 재테크와 재무설계, 어떻게 다른가

재테크와 재무설계는 언뜻 보기에 비슷한 의미로 다가오지만 따지고 보면 커다란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재테크는 투자 목적에 관계 없이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데 반해 재무설계란 장기적인 자산관리 계획을 바탕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투자자금의 성격이나 투자 기간과 목적에 대한 고려 없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 고수익 씨의 경우가 재테크에 해당한다. 반면 뚜렷한 투자 목적을 갖고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적합한 펀드를 선택한 신중해 씨는 재무설계의 본보기라고 볼 수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재테크라는 용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생긴 것으로 단순히 돈 버는 기술을 의미한다"며 "용어 뿐 아니라 투자 자세에 자산운용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왜 재무설계인가

단기 수익률에 집착했을 때와 체계적인 자산운용 계획에 따라 투자했을 때의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한 증권사의 지점장은 "목돈을 들고 와 무조건 고수익을 내 달라며 맡기는 고객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며 "현재 수입 및 지출 상황과 중장기적인 자금 수요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투자자에게 맞는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결혼이나 자녀 교육비, 집 장만, 은퇴 준비 등 자산 운용의 주요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할 때는 유동성과 리스크를 적절히 조절하며 장단기 투자를 실행할 수 있지만 단순한 재테크로 접근했다가는 재정적인 안정을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턴트는 "투자는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와 단기 인생 계획에 따라 투자할 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며 "가욋돈이 생기거나 수입이 줄어드는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 역시 막연한 대박의 환상에 젖어 있을 때와 자산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때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테크' 아닌 '재무설계'로 승부하라


◆ 재무설계 원칙은



그렇다면 재무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창희 소장은 자산관리가 개인의 인생계획와 경제 및 비경제적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수입 및 지출을 포함한 재산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 부채와 자산 현황을 나타내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 △ 저금리를 감안해 금융자산은 간접 투자상품을 중심으로 장기투자 할 것을 권고했다.

또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자신의 연령과 재산 상태, 가족 상황, 투자 성향, 투자 기간 등 5가지를 특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가지 변수에 따른 경제적 상황에 따라 공격-안전 자산의 비율과 목적에 맞는 금융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밑그림을 그리고 계획에 맞게 자산운용을 시작한 다음에는 매년 1~2회 포트폴리오를 재조정과 재배분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가입한 펀드의 운용회사나 매니저에게 변동이 있는지 점검하고 자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발생한 공격적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일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거나 가족 상황 및 재산 상태의 변화를 자산운용에 반영하는 작업은 재분배에 속한다.

강창희 소장은 "인생 설계에 맞게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라고 볼 수 있으며 고수익을 내주는 투자 상품을 찾는 것보다 더 확실한 투자 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리하게 자금을 차입해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본업을 게을리하면서 투자에 매달리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간접, 분산 투자하는 것이 투자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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