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文 단일화 불발 비하인드 스토리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7.12.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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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측 민병두 본부장 "文 요지부동..역사에 책임 질 건가" 주장

◇12월 18일 오후 9시

대선 투표일을 3시간 남기고 정치부 기자들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떴다.

대통합민주신당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의 기자간담회 공지였다. 정동영 후보의 핵심 측근이면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담당했던 민 본부장이다. 단일화의 문은 점점 닫히는 상황.



잠시 후 당산동 신당 당사에서 만난 민 본부장은 문 후보와 단일화가 무산됐음을 최종 확인했다. 그러면서 지난했던 단일화 뒷얘기를 공개했다. 민 본부장에 따르면 정-문 단일화 논의는 크게 4막으로 구분된다.
▲11월21일, 불교계 초청토론에 마주앉은 문국현(왼쪽) 정동영 후보▲11월21일, 불교계 초청토론에 마주앉은 문국현(왼쪽) 정동영 후보


#1-반부패 연석회의(11월5일)

정동영 후보는 삼성 특검을 계기로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제안한다. 문 후보도 그 대상.



문 후보측은 수정 제안을 낸다. "문 후보가 주도권을 쥐는 방식이 된다면 그 과정에신뢰가 쌓여 이후 단일화 논의에 성심껏 임할 수 있다"(민 본부장)는 것.

이에 논의가 진전되고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한 물밑 접촉이 시작됐으나 문 후보가 이를 거부해 본격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2-시민사회 중재(12월4일)


시민사회 원로들의 '7인 회의'가 중재의 뜻을 밝히고 양측을 각각 불렀다.

민 본부장에 따르면 문 후보측은 "정 후보로 단일화 된다 해도 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통성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민 본부장은 "7인회의조차 '우리가 정치꾼같고 당신들(문 후보)이 시민사회같다'고 개탄했다"고 주장했다.

신당과 창조한국당 사이엔 단일화 방식과 토론 주제 등에 대해 이견이 여전히 컸다. 결국 7인 회의는 중재를 포기했다.

#3-함세웅·정동영·문국현의 3자 담판(12월12일)

2차 상호토론 직후인 12월 11일 밤, 함세웅 신부와 정동영 후보, 문국현 후보는 함 신부가 일하는 제기동 성당에서 3자 담판을 갖는다.

민 본부장은 이날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함 신부와 문 후보가 밤 11시에 만나고 문 후보와 정 후보가 (그 이후) 시내 모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성당에 같이 가는 것이 역사적 결단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갔다.

새벽 3시 넘어까지 밖에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하는 것 보면 뭔가 있지 않겠나 하고 희망도 보였다. 하지만 안에서 간간이 들리는 소리는…. 함 신부가 역정을 내기도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함 신부가 마지막에 하늘에 맡기고 함께 기도하면서 결정하면 어떻겠느냐 했다. 정동영 후보는 동의했지만 문 후보는 여기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3시 10분경 올라갔더니 함 신부와 정 후보 둘만 있더라. (정 후보는) '절벽하고 대화하는 것같았다'고 했다".

이렇게 사실상의 마지막 담판도 '무위'로 돌아갔다.

#4-막판 전방위 접촉(12월13~18일)

그 뒤 민 본부장이 간담회를 자청한 18일 오후까지는 '메아리 없는 외침'의 시기였다.

정 후보측은 △공동정부를 같이 하되 문 후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책임(직책)을 맡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문 후보측 정치세력이 차기 총선에 원내에 진출하도록 조치하고 △시민사회 원로들이 이 사항을 보증하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문 후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저녁에도 함 신부가 문 후보를 만났으나 대답은 여전했다. 민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최종적으로 단일화 논의는 무산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격앙된 표정으로 "만약 내일 대선 결과, 정 후보 지지율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차이가 문 후보 득표율로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나온다면 그 부분은 문 후보가 역사의 심판대에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文측 반박, "책임이라니…"= 문 후보측 김갑수 대변인은 민 본부장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후보측이 모든 걸 수용했다고 했는데 도대체 뭘 수용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후보측은 모든 책임이 문국현에게 있고 총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라고 하지만 기호 1번에 141석 의석을 갖고도 지지율 20%를 못 넘기는 집단이 어떻게 국민 심판을 말할 수 있느냐"며 "문국현 지지자는 정동영 지지자가 아닌데, 무슨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창조한국당에서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를 주장했던 장유식 대변인은 단일화 무산에 따라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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