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전략, 매니저보다 운용사 보라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2007.12.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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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펀드매니저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영화에서 보여지는 펀드매니저는 돈밖에 모르는 냉혈한으로 비쳐질 때가 많다. 영화 <공공의 적>을 보면 영화배우 이성재 씨가 펀드매니저로 나오는데 돈 때문에 부모까지 살해하는 악역으로 그려졌다.
 
교육현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멋진 사무실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 '명문 대학을 나와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전문직' 등의 대답이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난 펀드매니저는 이러한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펀드매니저 역시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돈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퇴근 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또 겉은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엄격한 통제 속에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 받는 힘든 직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펀드매니저는 매일 오후 증권시장이 끝나면 자신이 맡은 펀드의 성적을 받아보게 된다. 이처럼 매일 업무 성적이 점수로 매겨지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학교 선생님이 방과후 학생들을 하루 동안 지도한 결과에 대해 매일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원 역시 근무시간 이후 그날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펀드매니저는 매일매일의 성적이 수치로 나오고 일반적으로 1년이 되면 이를 평가해서 연봉 조정을 하게 된다. 성적이 좋은 펀드매니저는 단연 연봉이 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펀드매니저는 연봉이 줄어들 것이다. 또 어떤 펀드매니저가 1년 동안 50%의 높은 성과를 올렸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51%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그에게 1등의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 바로 펀드매니저의 세계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낙오하지 않기 위해 항상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펀드매니저들의 치열한 경쟁은 당사자들은 힘들지 모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이러한 경쟁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펀드에 맡기고 마음 편안하게 생업에 충실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구조에 의해 펀드매니저들은 밤낮없이 투자자의 자산을 늘리느라 열심히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가 자금을 운용해준다는 펀드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좋은 펀드매니저를 골라야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펀드매니저가 펀드 운용의 전반에 관여하긴 하지만 혼자 종목 선정부터 투자비중 결정까지 모든 것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규모나 시스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펀드 운용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자산운용회사는 주식운용팀, 채권운용팀, 리서치팀, 매매팀, 리스크관리팀 등 전문분야별로 운용조직이 구성돼 있다. 우선 리서치팀이 중심이 돼 운용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상장종목 1900여 개 가운데 투자할 수 있는 종목 범위를 정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200~300개 정도로 투자 가능 범위를 축소한다. 또 매월 또는 매분기마다 운용최고책임자(CIO)와 각 팀장 등이 참석하는 투자전략위원회를 열어 각 업종별 투자비중과 투자종목 등을 결정하여 실제 펀드 운용의 기준이 되는 모델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란 모든 펀드운용의 기준이 되는 하나의 가상 펀드라고 할 수 있다.
 
각 운용팀은 투자전략위원회에서 결정된 모델 포트폴리오와 펀드 운용전략에 근거해 구체적인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이후 각 펀드매니저는 모델포트폴리오를 근거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신이 맡은 펀드의 종목과 편입비를 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델포트폴리오는 A라는 종목을 10% 투자하기로 했는데 펀드매니저의 생각에 그 종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면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를 테면 5% 정도까지 더 투자할 수 있다. 이 역시 전 과정에 걸쳐 리스크 관리팀에서 운용회사 전체적으로나 개별 펀드별로 투자위험을 관리한다.
 
이처럼 펀드매니저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이중삼중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펀드를 운용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펀드매니저가 똑똑하다고 해서 펀드의 운용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리서치에서부터 각 펀드매니저와 리스크 관리까지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잘 이뤄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 개별 펀드매니저보다는 운용사를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모델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서로 의견이 팽팽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 다면 어떻게 할까? 또 다수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각 팀 간의 역할분담과 의사조정은 어떻게 할까?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운용 최고책임자(CIO)와 각 팀장 등이 조정해 나간다. 따라서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 펀드 운용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가 장기적인 펀드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운용 조직원끼리 매일 갈등하고 서로 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개인투자자가 펀드 운용조직의 구성원 면면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직접 만나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떤 운용사와 어떤 펀드매니저를 선택할 것인가?
펀드전략, 매니저보다 운용사 보라


 
첫째, 운용 최고책임자(CIO)를 비롯해서 펀드매니저 등이 자주 이직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원활하게 의사 소통을 하든지 아니면 서로 갈등을 겪든지 우선 남아 있어야 뭔가 결론이 나올 것이다. 같이 있어야 시간이 흐르면서 운용조직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운용 철학이 확립되고 전략이 뚜렷해질 것이다. 수시로 운용 최고책임자(CIO)가 바뀌고 펀드매니저가 들락날락한다면 조직의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철학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평소 경제신문을 꼼꼼이 보다 보면 어느 회사의 운용 최고 책임자(CIO)가 회사를 옮겼는지 어느 펀드매니저가 이동했는지 알 수 있다.
 
둘째, 운용조직이 충분하게 갖춰져 있는지, 펀드매니저가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판단한다. 회사 내에 자체적으로 리서치 조직을 갖추고 있는지, 펀드매니저 수는 충분한지, 개별 펀드매니저의 운용경력 역시 오래 됐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는 자산운용사나 펀드평가사 인터넷 사이트, 펀드 투자설명서 등을 보면 운용조직 구성이나 해당 펀드매니저의 경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수익률보다 중요한 펀드 선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에도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판단하는 실질적인 열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수한 투자성과란 주가나 금리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기다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운용철학이나 투자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 상황에 흔들리기가 쉽다. 워런 버핏이 고객이었던 전설적인 자산운용사 '트위디 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그의 책 <가치투자의 비밀>을 통해 밝힌 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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