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트론 지분매각 '이전투구'

더벨 김민열 기자, 박준식 기자 2007.12.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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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정밀 이사회 '지분 매각안 부결'..보고컨소시엄 "대응가치 없다"

이 기사는 12월18일(15:2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부그룹이 보유한 실트론 지분 인수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인수전 초기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가 산업은행PE와 손을 잡으면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막상 최종입찰에서 가격에 밀려 보고펀드-KTB컨소시엄에 우선협상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는 인수의욕을 꺾지 않고 추가적인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스카이레이크는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받고 싶어하는 동부그룹을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 당초 계약시한을 넘기면서 매각이 무산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보고컨소시엄과 동부간 지분양수도 계약을 맺으며 일단락 됐다. 하지만 실트론의 지분 2%를 보유한 동부정밀화학이 이사회에서 이를 부결시키면서 또다른 의혹과 시비를 야기시켰다.

보고+KTB컨소시엄 법적계약서 완료된 상태…가격인상 없다

동부그룹의 실트론 지분 49%의 인수 주체인 보고펀드와 KTB네트워크 컨소시엄은 "법적으로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상태"라며 "일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보고펀드-KTB네트워크 컨소시엄은 동부측과 실트론 지분 49%를 7078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지분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지분 2.0%를 보유한 동부정밀화학이 지분매각을 끝내 거부하더라도 나머지 지분인수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 실제 양측의 계약일에 맞춰 실트론 지분의 42.9%를 보유한 동부제강(32.1%), 동부건설(5.9%), 동부화재(4.9%) 등 3곳은 이사회를 열고 지분양도를 의결했으며, 동부생명(2.7%)과 동부하이텍(0.9%)도 관련절차에 따라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한 동부그룹 차원의 인수가격 높이기 전략에 대해 보고+KTB컨소시엄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동부로부터 가격 인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들은 것이 전혀 없다"며 "대다수 지분을 보유중인 동부 계열사들이 이미 이사회를 거쳐 공시까지 한 상태인데 지금 와서 가격을 추가적으로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동부측이 보고컨소시엄과 맺은 계약을 파기할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감안해야 된다.



스카이레이크 RFP는 정당한 인수절차 가운데 하나

스카이레이크는 "실트론 인수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며 강한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다. 매각절차를 무시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이후 추가적인 가격을 제안한 데 대해 스카이레이크측은 "프라이빗 딜의 경우 언제든지 제안요청서(RFP)를 낼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최종 결정은 매각자인 동부가 결정할 문제이지 협상 경쟁자가 뭐라고 할 부분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스카이레이크는 최근까지도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함께 투자할 예정이어서 실트론의 가치를 인수가격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개별적인 투자자 모집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레이크가 최종입찰일인 지난달 22일 제시한 실트론 인수가격은 6000억~6500억원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만한 상대로 여겼던 보고+KTB컨소시엄은 이보다 높은 7000억원대를 제시, 28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때부터 스카이레이크는 인수가격을 8000억원대로 높이며 딜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초 스카이레이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산업은행 PE 역시 인수가격이 올라간 데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의 실트론 프로젝트 펀드에는 행정공제회, 교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투자에 참여한 상태며 개별 은행들도 딜이 성공할 경우 투자자금을 제공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정밀 문제제기에 '급브레이크'..그룹측, 의견일치까지 공식입장 유보

실트론 매도자인 동부그룹은 양측간의 공방에서 중심을 잡기는 커녕 동부정밀화학 이사회에서 실트론 지분 매각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8일 지분 매각과 관계된 동부그룹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루종일 회의를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정밀의 문제제기가 다른 이사들이나 그룹측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매각 테스크포스(TF) 수뇌부가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수뇌부가 참여하는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격론이 오간 회의에서도 계열사간, 임원간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일단 제기된 문제를 그룹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는 수준으로 의견이 일치될 때까지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유보하기로 했다. 다만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매각가격을 올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외부에서 표피적으로 볼 때는 내분으로 비칠 수도 있고 협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할 수 있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협상에 전혀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전체적인 계약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각 계열사의 대표가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금명간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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