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당황 말고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1.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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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새해 바로잡아야 할 재테크 습관

재테크가 예금이나 절약, 내 집 마련 등에서 펀드나 주식 투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안전한 자산관리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개념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겨났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이나 적금으로 돈을 모을 때는 투자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펀드나 주식은 원금손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투자선택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책임도 이제는 자신의 몫이 된데 따른 것이다.



펀드투자나 주식투자는 2007년 가장 활발했다. 이는 종합주가지수를 2000까지 끌어올린 가장 큰 동력이 되기도 했다. 너도나도 펀드투자에 뛰어들 때에는 주식시장의 상승기였다. 손실은 드물었고 최대 수백%의 수익률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정기가 찾아오자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원금손실이 생기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을 따라 투자를 시작했을 뿐 손실에 대한 대처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대중심리에 휘몰린 투자는 투자환경이 바뀌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손실의 늪에 빠져버리게 된다. 투자의 수업료인 셈이다.
이 수업료를 가장 가치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지금의 손실을 오히려 가치있는 교훈으로 돌리는 것이다.

자신만의 투자철학에 하나의 항목을 더하는 것이다. 실수나 실패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다만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이며 다음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패에 당황 말고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


◆투자실패는 필요악…손실기피증을 버려라


실수는 누구나 한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겼던 위대한 투자가들조차도 인생을 좌우할 정도의 큰 실수나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다.

'미스터 주식'으로 칭송받았던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걸어다니는 실패모델'이었다. 주식 뿐 아니라 돈 될만한 곳엔 손을 뻗쳐 실패를 자초하기도 했다.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은 회사에 대량손실을 끼친 뒤 해고되기도 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1929년 대공황 때 투자에 실패한 뒤 빈털털이로 전락한 적도 있었다. '월가의 늑대'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로 손꼽히는 제시 리버모어는 참담한 투자실패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문제는 '실수를 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이냐'라는 점이다.

'월가의 성인'이라 불리는 존 템플턴은 "작은 실수로부터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일 것"을 강조했다. 템플턴은 "손실만회를 위해 더 큰위험을 무릅써서도 안된다"며 "오히려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수와 실패를 혼동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투자세계에서 실패는 둘도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실패야말로 가장 값진 교훈이자 자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면 안된다. 또 기왕 실패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손실이 커서는 안된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수업료를 내야한다면 저렴하게 치르는 게 좋다. 큰 돈을 잃어 부화뇌동하거나 안절부절못하면 투자세계에서는 결코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반드시 배트를 휘두를 기회는 생긴다. 실패를 경험했다면 차분히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침착함과 냉정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템플턴은 오히려 긍정과 낙관의 마인드를 강조했다.
템플턴은 "긍정이야말로 성공과 행복을 낳는 출발점"이라며 "증시를 이끄는 주체는 늘 낙관주의자들이었다. 작은 출렁거림과 일시적인 하락에 의기소침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대중과 반대로 움직여라…대중심리를 버려라

윌리엄 오닐은 투자자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로 '얇은 귀'를 꼽는다. 그는 "주변의 말이나 루머에 솔깃해서 혹은 무상증자 소식이나 새 뉴스, 낙관적인 전망, TV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추천과 의견을 들었다고 해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투자실수"라고 꼬집었다.



오닐은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미친 군중과 컴퓨터로부터 멀리 떨어질 필요가 있다"며 "타인의 말을 듣고 유혹에 넘어가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과 반대로 생각하는 투자자의 독자적인 판단이 승률을 높여준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 1999년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적인 IT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적이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000까지 간다는 장미빛 전망 일색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자 주가는 돌연 끝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일시적하락에서 그칠 것이라든지 잠시 숨고르기를 할 뿐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식에 돈을 퍼부었다. 실낫같은 막연한 희망에 기댄 투자는 여전히 지속됐다.



결국 순진한 투자자들의 소박한 꿈은 무참히 깨졌다. 2000년말에는 종합주가지수가 500선까지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6분의 1로 주저앉고 말았다.

2001년 미국의 9ㆍ11 테러 이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9ㆍ11 테러가 발생한 다음날 증시는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할 정도로 폭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4.97포인트(12.02%)나 하락한 475.60으로 마감했다.

사람들의 투매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연일 주식을 내다팔았고 주가 전광판은 하한가로 도배됐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사람들의 공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연일 상승해서 불과 몇 달 후인 2002년 4월 17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930을 돌파했다.



2000년과 2001년 대중들의 심리에 따라 투자결정을 내린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안고 좌절을 맛봐야 했다. 반면 자신의 소신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욕심과 공포라는 비이성적인 정서에 휘둘리기 쉽다. 그래서 주가는 언제나 절묘하게 사람들의 판단을 비켜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치투자의 선구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장의 변덕스런 정보를 따라다닐 시간에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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