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이른바 주식(Staple Food)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투기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헤지펀드 등의 투기세력들이 쌀시장에 뛰어 들어 쌀 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쌀값은 지난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17일에도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쌀 선물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100파운드 당 13.31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쌀 값 급등을 부추기는 것은 다름아닌 투기세력이다. 쌀은 전통적으로 투자상품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의 투기세력은 쌀도 '상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쌀 선물 거래 계약이 최근 사상 최고로 급증한 것이 방증이다. 쌀 투자를 돈벌이로 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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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거래량이 다른 상품에 비해 많지 않다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농림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나산 차일즈는 "쌀은 역사적으로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많지 않았다"면서 "전세계 생산량의 7% 정도만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밀과 옥수수 등의 거래량은 16% 정도로 쌀의 2배에 달한다. 공급이 달릴 경우 쌀의 대안을 구하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쌀 수출국의 이기주의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수추국들이 국내 수급을 맞추기 위해 수출물량을 줄일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쌀 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7월 세계 2위 수출국인 베트남은 "국내 수요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인도도 10월에 비슷한 내용의 조치를 밝힌 바 있다.
달러 약세도 쌀 값 급등을 조장했다.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 쌀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 국가의 수요 증가도 큰 변수다.
쌀 값 상승이 일부 부농들과 투자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 올려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를 더울 벌여 놓을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루이스 전무이사는 "쌀 값 급등의 결말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개도국 지원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원용 쌀 값은 지난해 이후 40% 급등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 정도다. 그러나 개도국의 경우 이 비율은 40%로 높아진다. 쌀값이 오르면 그만큼 다른데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는 먹거리 부족을 넘어 종종 소요 사태 같은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1월 세네갈에서 발생한 시위의 원인은 부분적으로는 쌀 값 급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