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원주민들의 속앓이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7.12.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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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취재 후기]

은평뉴타운 원주민들은 요즘 들어 배신감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최근 실시한 특별분양에서 1~4층의 저층에 배정받은 원주민들이 대대적인 항의를 하고 나섰다. 격분한 일부 주민들은 은평뉴타운 내에 있는 견본주택을 밤새 점거하기도 했다.

이들의 불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 2004년 3월 서울시에서 원주민들과 한 약속 때문이다. 그때 서울시는 원주민을 위한 특별정착단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동호수 배정결과를 보면 특별정착단지는 커녕 1~4층의 저층 배정도 상당수 있다는 불만이다.



저층과 로얄층의 매물가격 차이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만큼 추첨의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을 믿은 것 도 죄냐"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원주민들의 고민은 다른 곳에도 있다.



은평뉴타운은 후분양으로 진행되는 만큼 중도금과 잔금 지급 일정이 일반적인 분양 단지에 비해 매우 촉박하다. 내년 1월말에는 계약금을 내고 3월 31일과 4월 31일 2차례에 걸쳐 중도금을 지급한 후 5월 입주시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불과 4개월 만에 모든 납부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고 LTV나 DTI제한으로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없다.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버린 대출금리도 이만저만 부담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동호수를 추첨받은 원주민들은 벌써부터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계약금 기일이 다가오면서 돈이 넉넉지 않은 입주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것.

이미 프리미엄은 억대를 호가하고 있다. 전용면적 85㎡의 경우 프리미엄이 대략 8000만~1억5000만원선이다.


인근 부도동산중개업소들은 매물로 나온 입주권이 벌써 전체의 절반정도나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매매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입주 전에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칫 사기를 당하거나 부당하게 거래되더라도 구제방법이 없다.



평생 살던 집을 개발명목으로 내놓고 많지 않은 보상금만 받았던 원주민들의 속앓이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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