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혼자 다하는 시대 끝났다

이종서 에이비프런티어 대표 2007.1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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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의 바이오의약품 바로알기⑧

하버드 대학 중에서 의과대학은 다른 단과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와는 별도로 보스톤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의과대학, 관련 연구소들과 대학부속 병원들이 가득한 롱우드 거리는 항상 구급차들의 요란한 경적음 소리와 때때로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로 가득하다.

이 거리 가운데에 3년 전 첨단기업 연구소 빌딩이 들어 섰다. 바로 116년 전통의 다국적 제약사 머크 연구개발 센터이다. 약 400여명의 박사급 인력과 100여명의 지원 인력으로 항암제, 치매와 비만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세계 최고 의과대학의 심장부에 기업의 핵심 연구개발 센터를 옮겨 놓았다.



올 9월 하버드 의대와 머크 연구소간의 암 치료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운영 합의 발표를 제외 하더라도 하루에도 여러차례 이어지는 의과대학과 회사 연구소 간의 학술 임상 세미나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산학 연구협력이 어떻게 이뤄 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예 하버드 의대 한 건물 속에는 제약사의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ICCB 라는 신약발굴 연구 지원시설을 운영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의약학/생명학 교수와 연구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신약을 발굴 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일부 의욕적인 교수들은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특별히 엄선해 지원받는 신약공동 발굴연구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도 3년전부터 보스톤 찰스강 건너편 MIT 공대 근처에 있는 캔디공장을 고쳐 700여명의 과학자들이 상주하며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당시 당(糖)이 붙어있는 단백질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소였는데 이를 위해 캔디 공장에 미세하게 남아 있는 당 성분을 제거 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일화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암젠, 젠자임, 애보트사 등의 혁신 바이오 제약기업체들이 이들 시내 또는 근교에 포진 하고 있다. 이처럼 보스톤에는 약 300여개의 바이오 회사들에 약 3만여 명의 연구원이 일을 하고 있어서 병원, 학교와 바이오 기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같은 바이오 클러스터를 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는 작은 벤처 회사에도 다국적 제약사는 협력의 손을 내민다. CAT(Cambridge Antibody Technology) 사는 치료용 항체를 만드는 독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여러 제약사들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다가 금년 10월말에는 아예 아스트라제네카 제약사에 합병되었다. 이처럼 바이오벤처와 제약사가 함께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는 이제 더 이상 화제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들 제약사들이 학교며 연구소며 벤처회사를 찾아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간단한 이유다. 이제는 단백질 의약품 개발에 있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서 할 필요도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이를 고집하다가는 적절한 인재를 확보치 못해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는 물론 과도한 투자로 인한 비용증가, 제품 개발기간의 연장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 험난한 고비들을 맞이해야 한다.

단백질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질병에 대한 의약시장 동향 조사, 목표 질병의 바이오 타겟 발굴, 단백질 또는 항체로의 신약 탐색 및 개발, 예비 신약 후보 물질들에 대한 약효 및 독성, 최종 신약 후보 선정, 이의 대량 생산 공정 개발, 관련 규정 및 특허 인허가,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해외 굴지의 제약사로도 혼자서 해결키 어려운 과정이다.



앞서 각 단계별로 이미 전문 연구 기관 및 우수 연구개발 위탁 회사들이 존재하므로 자신의 회사 장점을 갖고 있는 부분과 경험을 충분히 살리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서로 잘하는 부분만 모아서 효율적으로 빠르게 나가자는 전략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 역사가 짧고, 관련 인력과 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한 전략이 아닐까 쉽다.

물론 이미 많은 회사들과 기관들이 이러한 형태로 가기 시작했다. IT 분야처럼 단백질 의약품 개발 회사의 연구시설이 이제는 대학 캠퍼스로 들어와 가동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던 것에 익숙한 우리가 이제 함께 하려니 오히려 번거롭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단백질 의약품은 여러 관련 산업의 하모니가 적절히 어우러질 때 가능한 팀플레이 산업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성공 사례들이 곧 우리나라에도 많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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