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은 돌고 돕니다"](https://thumb.mt.co.kr/06/2007/12/2007121216361149115_1.jpg/dims/optimize/)
경기 여주군 대신면에서 농사를 짓고 평생을 살겠노라며 항상 당당했던, 젊고 패기 있는 농군 김진현(43) 씨의 무릎을 휘청이게 했다.
"고구마 밭이 싹 쓸려갔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어요. 그 때 자원봉사자들이 와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지금까지도 그 때 고마움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거무튀튀한 기름 쓰레기와, 막막한 표정의 태안 주민들을 보고 '이제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단다. 김 씨는 11일 대신면 고구마작목반 동료 40여명과 함께 새벽같이 태안으로 출발했다.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든 첫 느낌, 그는 "황당하고 기겁했다"고 말했다. 온통 기름 찌꺼기들이 곳곳에 진득하게 끼여 있었다. 파내도 끝이 계속 안에서 배어나오는 기름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는 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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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속 맺힌 게 다 똑같잖아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막막할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힘들었었는데. 잘 됐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지만, 안타깝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지만 올해 다시 재기했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난해 자신을 도닥여준 고마운 이들을 위해서라도 김 씨는 땅에 뿌리내린 꿋꿋한 삶을 다시 일으켜야만 했다.
한편 지난해 7월11일부터 29일까지 7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부터 그해 8월 중순까지 전국 곳곳에서 여주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의 수는 약 4900명. 여주 군민들은 그 때의 도움을 다시 나누고자 태안을 찾는다. 김 씨는 "매일같이 관광버스 1대씩 여주에서 태안으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처럼 환한 얼굴을 찾았듯이 태안 주민 여러분들도 힘을 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오후 작업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다시 여주 군민들과 이곳을 찾을 겁니다. 도와야죠."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표정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