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은 돌고 돕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7.12.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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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안 기름방제작업 나선 여주 농민 김진현씨 이야기

"도움의 손길은 돌고 돕니다"


단 2주 정도 기간동안 하늘이 뚫린 듯 800mm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2만평 땅에 애지중지 키운 고구마 덩굴이 몽땅 썩어문드러졌다. 순식간에 1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에서 농사를 짓고 평생을 살겠노라며 항상 당당했던, 젊고 패기 있는 농군 김진현(43) 씨의 무릎을 휘청이게 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의 어깨를 감싸준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시름에 빠져 있는 김 씨는 물론 대신면을 휩쓸고간 수마의 흔적을 말끔히 치웠다. 그들의 격려로 김 씨와 대신면 주민들은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고구마 밭이 싹 쓸려갔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어요. 그 때 자원봉사자들이 와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지금까지도 그 때 고마움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받은 도움을 꼭 남에게 다시 전하리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김 씨는 지난 7일 선박과 유조선이 충돌해 엄청난 기름띠가 해안을 덮쳤다는 보도를 봤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거무튀튀한 기름 쓰레기와, 막막한 표정의 태안 주민들을 보고 '이제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단다. 김 씨는 11일 대신면 고구마작목반 동료 40여명과 함께 새벽같이 태안으로 출발했다.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든 첫 느낌, 그는 "황당하고 기겁했다"고 말했다. 온통 기름 찌꺼기들이 곳곳에 진득하게 끼여 있었다. 파내도 끝이 계속 안에서 배어나오는 기름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는 김 씨.


"사람 마음 속 맺힌 게 다 똑같잖아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막막할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힘들었었는데. 잘 됐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지만, 안타깝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지만 올해 다시 재기했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난해 자신을 도닥여준 고마운 이들을 위해서라도 김 씨는 땅에 뿌리내린 꿋꿋한 삶을 다시 일으켜야만 했다.

한편 지난해 7월11일부터 29일까지 7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부터 그해 8월 중순까지 전국 곳곳에서 여주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의 수는 약 4900명. 여주 군민들은 그 때의 도움을 다시 나누고자 태안을 찾는다. 김 씨는 "매일같이 관광버스 1대씩 여주에서 태안으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처럼 환한 얼굴을 찾았듯이 태안 주민 여러분들도 힘을 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오후 작업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다시 여주 군민들과 이곳을 찾을 겁니다. 도와야죠."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표정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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