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같은 메신저 루머에 증시 '골병'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7.12.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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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루머와는 달리 목적 모호… 출처 파악도 어려워

최근 증시에 돌고 있는 '악성 메신저 루머'는 여러 점에서 과거와는 사뭇 달라 그 해악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계는 물론 재계에 메신저 루머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져 관계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지'나 '입소문' 형태로 루머가 퍼졌지만 최근에는 메신저를 통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파괴력이 커졌다.



또 과거 루머는 '~카더라'는 식으로 '가설'임을 암시했지만 최근 루머는 꾸며진 구체적인 내용, 숫자, 관련 인물의 실명 등을 적시해 '사실'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보(속칭 찌라시) 시장은 2, 3년 전부터 검찰과 금융당국 그리고 증권선물거래소이 공조체제를 구축해 무분별한 정보 유통을 엄격 단속하면서 위축돼 왔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선거 등 혼란한 틈을 이용해 과거보다 더욱 파괴력이 큰 음해성 루머들이 잇따라 유포되며 시장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누구를 위해 루머는 도는가"=최근 메신저 루머는 유포 목적과 형식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00 회사가 00에 진출할 듯', '00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는 듯'이라는 식으로 유보적인 뉘앙스를 담았지만 지금은 아예 '00 회사가 00일 1차 부도를 맞는다'(C&그룹), '00 회사 00가 선행매매를 00 규모로 했다'(미래에셋금융그룹), '00회사가 00 규모의 자기매매 손실을 입었다'(대우증권) 라는 식이다. 회사 및 관련자 실명, 숫자 등을 명기하고 있다.

또 예전 정보지에 떠돌던 루머들은 비록 상당수가 허위였지만 일부 내용들은 추후 사실로 드러나 정보지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최근 메신저 루머는 단발성일 뿐 아니라 악의적인 음해성 내용을 여과없이 퍼뜨리고 있다. '해코지'에 가까운 악성 허위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유포시키고 있다.


최근 루머들은 특히 그 유포목적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워 관련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정 작전세력이 주가 조작을 위해 유포시키는 루머, 상대방을 곤욕스럽게 하려는 '역정보' 등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그 유포 세력이나 목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루머들이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유통되나=증시 찌라시 시장에는 증권계는 물론 재계, 관계, 연예계 등에 퍼지는 각종 소문들이 총집합된다. 과거에는 증시에서 돈을 받고 정보를 유통시키는 '찌라시 그룹'이 버젓이 활약한 적도 있었지만 검찰 등의 집중 단속과 처벌로 상당부분 와해된 상태다. 당시 일부 초호화 찌라시 그룹은 증권계 인물은 물론 청와대, 국회, 검찰, 주요 대기업 관계자, 언론인 등을 망라한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대기업 정보팀장은 "검찰과 금감원 등에서 연중 단속을 펼쳐 찌라시 그룹이 상당수 자취를 감춘 상태"라며 "명동 사채시장, 강남의 큰 손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그룹, 증권계 소모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명동 사채시장은 각종 루머가 총집합돼 다시 분산되는 '정거장' 역할을 하고 있다. 사채 성격상 겉으로 드러난 정보보다는 숨겨진 정보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고, 사채시장의 큰 손들은 상상을 넘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들이 많아 정보수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는 설명이다.

증권계에서 몇몇 관계자들이 의기투합해 '작전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현물·선물시장에서 특정 종목을 목표물로 설정, 관련된 루머를 시장에 흘리는 형태다.

'역정보'도 한때 즐겨 쓰였다. 한 업체가 경쟁 업체에 대한 악성 정보나 루머를 시장에 흘리는 경우다. 이중 상당수는 허위로 드러났지만 일부 내용은 사실이거나 최소한 사실에 근접한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은 물론 검찰 국정원 등 정부 부처에서는 대부분 정보팀을 운영하며 정보 시장의 동태와 주요 내용들을 취합·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에서는 연중 단속을 통해 걸러지는 루머 중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에 대해 내사를 벌이는 일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뜸했다.

이에 비해 최근 유포되고 있는 메신저 루머는 그 출처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그 유포 목적마저 명확하지 않아 출처 파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악성 메신저 루머를 뿌리뽑거나 최소한 그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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