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이어 C&까지 증시 '루머테러'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7.12.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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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악성 메신저 루머에 골탕, C&그룹·미래에셋 등 피해

미래에셋에 이어 C&그룹이 메신저로 유포된 악성 루머의 희생양이 됐다. 없는 정황을 꾸미고 거기다 숫자까지 곁들여 마치 신문기사를 방불케할정도로 그럴싸하게 포장, 유포돼 관련기업과 투자자가 골탕을 먹고 있다.

12일 증시에서 C&그룹 계열 주식들이 개장후 30분이 지날 무렵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날 보합권에서 시작한 C&그룹주들은 오전 9시30분쯤 C&우방 (0원 %)이 하한가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C&우방랜드, C&상선, C&중공업이 10% 이상 급락했다. 기업명에 그룹명이 안들어간 진도에프앤이 그나마 7%대 하락으로 하락폭이 적은 편이었다.



이처럼 C&그룹주들이 동반 급락한 것은 개장 직후 유포된 메신저 내용 때문이었다. 메신저에는 'C&그룹 계열사 중 한곳이 발행한 어음을 못막아 이날 1차 부도를 낸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이 실시간으로 퍼지며 C&그룹주들이 동시에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소문에 대해 C&그룹측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시했다. C&그룹 김철호 이사는 "진도F&이 어음발행한 것이 있었지만 결제 완료했고 현재 전 계열사에서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고 어음을 발행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만기가 돌아올 어음도 없다는 것. 그는 "각 계열사별로 CB를 발행한 것은 있지만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이어서 당장 지급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C&은 또 지난달 23일 ING금융과 1800억원 자금 약정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또다른 임원도 격한 표현까지 쓰며 "루머의 진원지를 밝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번 충격을 받은 C&그룹주들은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C&중공업은 10.82%, C&상선 9.01% C&우방랜드 8.71% 급락마감했다. C&우방만 오전 낙폭을 만회하며 6.73%상승마감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한국 증시의 최대 큰 손 미래에셋이 루머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개장 직후 메신저를 통해 미래에셋의 한 임원이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취해 이 임원이 사표를 냈고,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증권가에 퍼졌다. 메신저에는 임원의 이름과 시세차익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등 그럴 듯 하게 포장됐다.


이 루머가 퍼지면서 시가총액 6조원이 넘던 미래에셋증권이 장중 하한가로 밀리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량 보유한 종목들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증시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미래에셋이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을 표명했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증시 전체의 하락을 막진 못했다.

지난달에는 대우증권도 악성 루머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초순 대우증권은 2분기 자기매매에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는 루머가 메신저로 돌며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당시 확인되지 않은 이 소문으로 인해 대우증권은 장중 7%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

우리투자증권도 9월초 상장폐지 소문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증권처럼 우리금융 산하인 우리투자증권도 상장폐지를 할 것이라는 소문에 주가가 5일 연속 약세를 보였던 것. 회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이때 하락으로 우리투자증권은 5월부터 7월초까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야 했다.

시가총액이 몇조원 수준인 대형증권사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종목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크다. 특히 자금사정이 넉넉치 못한 기업들은 이같은 악성 루머가 사정을 더욱 악화시켜 해당기업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코스피 소형종목인 A 기업의 경우 8월부터 나온 부도설 이후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돼 11월과 12월 1차 부도를 맞았다. 다행히 최종부도는 면했지만 1달 사이에 2번 1차 부도를 맞을만큼 최악의 자금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의 S사도 지난 7월 부도설 이후 기업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후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 통보, 대주주의 횡령, 경영권 매각의 불발 등이 이어지며 가뜩이나 어렵던 회사 경영상태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한 증시 관계자는 "부도설이 시장에 퍼지면 그것이 설사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을 믿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의심이 눈초리를 가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채권자들의 압박도 강해져 건전한 기업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의 악성 루머에 멀쩡한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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