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피항위치 벗어나 있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7.12.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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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유조선 측 '안이한 판단' 확인, 예인선관련 수사도 병행

↑ 사고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7일 바지선 삼성1호와 충돌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지정된 위치에 정박해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상환 충남 태안 해양경찰서장은 12일 "유조선 쪽에서 사고 직전 악천후 상황에 대해 안이한 판단을 내려 필요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태안 해경 관계자는 "기상 악조건과 해상에 계류할 수 있는 시설여건이 안돼 항만당국으로부터 이동 명령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안 해경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각은 알려진 것보다 30분 정도 이른 7일 오전 7시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삼성1호와 예인선을 연결하는 와이어(철끈)가 끊어진 시점은 유조선과 충돌하기 불과 10여분 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어가 끊어진 지 10여분 만에 두 배가 부딪혔다는 건 당시 악천후를 고려하면 충분히 충돌할 우려가 높은 거리였다는 걸 말해준다.



해경은 사고 유조선 관계자를 소환해 당시 피항 조치의 적절성과 충돌 경위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사고 해역 수중 조사를 통해 유조선과 해상크레인과의 충돌 부위를 정확하게 학인한다는 방침이다.

또 예인선과 삼성1호를 연결했던 와이어의 절단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사를 의뢰, 사고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다. 최 서장은 "유조선 관계자 조사를 빨리 마쳐 유조선과 예인선단의 과실 비중을 따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경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7시경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바지선 '삼성1호'와 충돌한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1만500톤(약6600배럴)의 원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 기름은 12일 현재 해안반도 전역 167km 해안을 검게 물들였다. 11일 확산세가 잠시 주춤했던 바다 위 기름막은, 다시 초속 7~10m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사고 지점 50km 부근의 남서쪽 안면도 인근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고 지점 북동쪽인 경기 지역으로 확산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까지 태안반도 인근 8개 읍·면 어장 336개소 3740ha(약1131만평)이 기름의 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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