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 안면도·경기만까지 훼손

여한구.태안=황국상 기자 2007.12.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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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피해 해수욕장 6개소→15개소, 오늘 밤이 최대 고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11일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남북으로 퍼지면서 경기만과 안면도까지 확대됐다.

특히 조류 흐름이 최고조에 달하는 음력 그믐 초이튿날 만조시간인 이날 오후 5시께부터 강한 조류를 타고 기름띠가 빠른 속도로 흘러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방제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기름 피해 면적은 서산군 가로림만에서 태안군 남면 거아도 해안선까지 167㎞ 일대로 확대됐다.

어장피해 면적은 근흥면과 소원면 원북면 등 7개 읍면 324개소 3633㏊로 전날보다 1100㏊가 늘었다. 해수욕장 피해도 전날 6개소에서 15개소 17㎞로 늘어나는 등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름띠가 퍼지면서 피해가 예상되는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10배 가량인 800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총력저지에 나섰던 '해양수산자원의 보고' 가로림만 일대 어장까지 기름띠가 오일펜스를 뚫고 파고들면서 1071㏊가 훼손돼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 바지락 전복 등 해산물이 못쓰게 됐다.

신두리 사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씨(51·여)는 "기름냄새가 퍼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갈매기 한마리도 보지 못하고 있다. 손님들도 방제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 뿐 인적이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그믐과 만조가 겹치면서 강한 조류와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름띠가 경기만과 안면도 일대까지 확대되는 징후도 감지돼 방제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천연기념물인 신두리해안사구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이원면~근흥면 일대 해수욕장 14곳, 염전 2곳이 기름띠에 덮였고 모든 포구가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때 만조시간에 밀려든 기름띠가 신두리 해안사구식물의 뿌리부분까지 맞닿을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해경은 경비정과 방제정과 민간소속 선박 등 207척과 헬기 5대, 민·관·군 인력 1만2000여명을 동원해 가로림만에 퍼진 엷은기름을 걷어내면서 기름띠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흡착포 등 방제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효율적인 방제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충남 태안군과 보령시 서천군 서산시 홍성군 당진군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들 지역에는 자치단체의 재정부담과 피해규모를 감안해 행정과 재정, 금융, 의료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원된다. 또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피해주민과 어업인 등 관련 종사자에 대해서는 세제지원과 금융지원, 의료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은 "피해를 입은 지역과 어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조속한 오염방제를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도 특별재난지역 주민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요금을 감면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정부 대책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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