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둔 KT, 공격경영? 수성경영?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12.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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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이상' 애매한 액수제시...그룹 지배구조 변화도 예고

'매출목표 12조원 이상'
민영화 6년차를 넘기고 있는 KT (36,500원 ▲250 +0.69%)의 2008년도 매출목표다. 올해 목표치 11조9000억원에 대비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매출목표에 대한 KT의 행보는 매우 조심스러워 보인다.

매년 구체적인 수치를 매출목표로 제시했던 KT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12조원 이상'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목표치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12조원 이상'이라는 의미는 올해보다 1000억원 늘어난 12조원이 될 수도 있고, 12조9000억원이 될 수도 있다.



남중수 KT 사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영화 이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곧 11조원대에 머물러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민영3기 KT의 경영 키워드는 '새로운 도약의 실현'으로 정하고 그 첫해인 2008년에 매출 12조원을 넘김으로써 지속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매출 '12조원'은 민영 KT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설정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6년동안 KT는 11조원대 범위에서 매출이 소폭씩 줄었다가 늘었다가를 반복하다가 올해 드디어 12조원의 턱밑인 11조9000억원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지난 2006년 매출 11조7809억원보다 1% 가량 성장한 수치다.



따라서 내년 목표치 '12조원 이상'은 해석에 따라 매우 소극적인 경영목표일 수도 있고 매우 공격적인 경영목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남중수 사장이 보여준 자신감은 2008년 한해를 결코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남 사장은 또 "KT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나 합병 등을 심도있게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 시장재편과 관련, KT도 KTF와의 합병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성장사업에 투자비 61% 책정


사실 KT가 매출목표액을 12조원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11월에도 2004년 목표치를 '12조원 돌파'로 잡았다. 그러나 2004년을 다 마무리하지도 못한 시점에서 KT는 매출목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서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KT는 이미 12조원의 턱밑까지 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출목표와의 '안전거리' 조절을 하고 나서고 있다. 제시한 목표지점까지 거리는 불과 1000억원인데도 말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KT경영진이 내년 목표치를 훨씬 공격적으로 잡고싶지만 대외적 시장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판' 설정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내년 매출목표는 '안전하게' 잡았지만 각 사업부문별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내년 총 투자규모 2조6000억원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을 신성장사업과 인프라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목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성장 사업에는 6400억원, 인프라 구축에는 96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내년 시설투자비 2조6000억원은 올해 설정했던 목표보다 낮은 것이다. KT는 당초 올해 2조8000억원의 시설투자비를 설정했지만, 계획보다 4000억원이 낮은 2조4000억원만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는 와이브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수요가 저조했고, IPTV 역시 법제화 부진으로 1년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것과 무관치않다.

그러나 이제 IPTV 법제화와 상관없이 '메가TV'에 대한 KT의 기대는 커졌다. 내년도 메가TV 투자액을 와이브로 투자액(1200억원)보다 2배가 넘는 2800억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게다가 '하나TV'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메가TV' 콘텐츠 경쟁력을 만회하려는 듯, 콘텐츠 강화를 위한 투자비도 별도로 1300억원을 책정했다.

'하나TV'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막강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시장경쟁력을 무기로 '메가TV'를 반석에 올려놓겠다는 KT의 공격적 계획은 '메가TV 내년 가입자 목표 150만명'으로 설정한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최근 LG데이콤까지 TV포털 시장에 뛰어들어, 유선3사간 안방싸움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08년, KT가 변화하는 해?

KT의 내년 경영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또한가지는 '인터넷전화(VoIP)' 사업이다. 이미 2100만명의 시내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KT는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전화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냈다.

내년도 KT의 VoIP 가입자 목표는 100만명이다. KT는 2009년까지 음성전화(PSTN)의 백본망을 2009년까지 모두 인터넷망(IP)으로 전환하는 한편 2010년까지 가입자망도 모두 광케이블(FTTH)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어차피 현재의 PSTN 전화는 'All-IP'가 완성되는 2010년부터 VoIP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보면, 내년부터 초고속인터넷을 앞세워 메가TV와 VoIP 시장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의중이 내년 경영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셈이다.

결국 KT의 매출목표 '12조원 이상'의 효자상품은 단품이 아닌 '결합상품'이 좌우할 전망이다.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앞세워 메가TV와 모바일, 전화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무선분야에선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전화 재판매 그리고 와이파이 결합상품으로 유무선 통합시장의 '리더'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KT 입장에선 최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중수 사장은 "유무선통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상관없이 KT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쟁자들과도 맞서고 있다"면서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이미 KT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 상품은 결합시장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했고, KT그룹의 지배구조 역시 유무선통합 환경에 걸맞게 재편할 계획이다. 남중수 사장은 "가치있는 서비스를 위해 지배구조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KT와 KTF를 합병하는 방안 등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혀, KT가 2008년 안팎으로 변화의 바람을 맞을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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