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하트' 뜨는데…" 30년 외과개원의 한숨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7.12.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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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외과의사들의 현실을 그린 메디컬드라마 '뉴하트'가 2회만에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박조짐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집단이라고만 여겨왔던 의사들의 처절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비춰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참담하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열정적으로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 개원을 한 후에는 더욱 그렇다. "수술, 하고싶어도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병원까지 차려놓고 수술안하는 심정은 오죽하겠소?"
30년동안 송파구에서 '김종근외과'라는 간판으로 개원하고 있는 외과의사가 탄식끝에 한 말이다. 그는 전국의 개원의를 대표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다.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던 1977년 외과의사로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한 그는 올해로 30년을 맞는 보험제도와 의사생활을 함께했다. 그가 들려준 30년 외과 개원의 인생은 참담했다.

"나도 한때는 의욕 넘치는 젊은 외과의사였어요. 개원하면서 꿈이 좀 컸게. 그런데 개원하고 얼마안있어 보험제도가 시행되더니 도저히 수술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 초창기엔 환자가 많아서 원장실에까지 베드를 둘 정도였는데 결국 이렇게 됐소"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휑한 병원 안을 씁쓸하게 훑었다. 동네병원 외과는 환자가 오지 않아 무너진게 아니다. 의사들이 먼저 손들고 환자를 종합병원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도저히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는 것.

동네병원에서 수술을 위해서는 마취과의사를 불러야했고, 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엔 3~4시간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당시 돈 5만원 정도를 지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고 난후 정부에서 인정해준 전신마취비는 고작 8000원. 환자가 2400원, 정부가 5600원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단다. 그나마도 2~3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수당을 85%나 감축당한 마취의사들은 더이상 동네병원에서 진료하길 꺼려했고, 그래도 수술은 해야하는 외과의사들은 그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이나마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자비를 털어 수가를 먼저 지불해주기까지 했단다.


"그렇게 해봤자 외과의사들한테 남는건 수술장의 피빨래들 뿐이었어요"

이러니 누가 외과의사하려들겠냐는 것. 그는 당시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진 건 없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렇게 하다하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환자들을 종합병원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동네병원에서는 수술 안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생은 죽도록 하고 사고 위험도 큰데 돈은 쥐꼬리만큼 받는다면 누가한다고 나서겠어요"

그는 외과지원율이 정원의 반도 안되는 지금의 현실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외과수련 환경에 대해서도 우스갯소리라며 덧붙였다.

"예전엔 외과 전공의들간에 위계질서가 엄격했어요. 군대 못지않았지.. 외과는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조금만 엄격하게 할라치면 다 도망간대요. 흐트러진 모습에 선배의사가 혼쭐을 내면 다음날 병원에 안나온다는거야. 간신히 정원 채우면 뭐합니까? 1년도 안돼 다 도망가기 바쁜데. 그치만 누가 이들을 욕할 수 있겠소. 수련끝나도 고생할게 뻔한데 누가 혹독한 수련생활까지 감내하려고 하냔 말이에요. "



그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의 변화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앞으론 수술을 동남아에서 수입한 의사들에게 받아야 할겁니다. 그게 싫으면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제와 해결한답시고 허둥거려봤자 늦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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