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삼성 분식회계 특별감리 착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12.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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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감사조서 유무·구체적 증빙 해당하는지가 관건

시민단체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요청서를 금융감독당국에 정식 제출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분식회계의 경우 기업의 대외신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집단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重·삼성차, 분식회계 의혹은?
시민단체 등에서 제출한 감리요청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분식회계 의혹은 매출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거제 앞바다에 없는 배가 수십척 떠 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중공업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회사가 청구권을 가지지 않은 매출채권(진행률채권)의 비중이 경쟁업체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삼성중공업이 2년 뒤에 인도하는 조건으로 배 한척을 2만원에 수주했다고 가정하자. 계약금으로 1만원을 받고 나머지 1만원은 선박 인도시 받는다고 가정하면 아직 받지 못한 1만원이 진행률채권이 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매출 중 진행률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과 2005년 각각 93.9%와 85.2%를 기록한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비중은 51.7%와 67%에 그쳐 삼성중공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진행률을 종정해 매출을 과대계상하는 경우 매출총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세계 조선업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에 비해 매출총이익률이 높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도 분식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 의혹은 돈 되는 것은 부풀리고 비용이 지출돼야 하는 부분은 축소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감리요청서에 따르면 삼성차는 경비 97억8600만원을 건설 중인 자산으로 계상했고, 일반관리비 23억3600만원을 이연자산인 연구개발비로 처리했다. 또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을 19억2500만원을 과소계상 하고 17억3300만원의 감가상각비를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특별감리 착수할까?
공은 일단 금융당국으로 넘어왔지만 특별감리에 착수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위원회 홍영만 대변인은 “제출된 서류를 포함해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 감리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감리착수 여부 결정에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다소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감리에 착수하더라도 속시원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감리조서가 남아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감사과정을 기록해 놓은 것으로 분식회계 의혹을 밝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서류다. 하지만 감사조서의 경우 회계법인 등 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보관하고 있어 보존연한이 지났다면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감사조서 보존연한이 8년으로 관련 법령에 명시돼 있지만 과거에는 회계감사 준칙에 포함돼 있어 강제성이 떨어진다. 특히 보존연한도 94년에서 98년까지는 3년에 불과했고 99년부터 2004년까지는 5년으로 돼 있었다.



예를 들어 분식의혹이 제기된 삼성중공업의 2000년 감사조서의 경우 2006년에 폐기됐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비록 2005년부터 보존연한이 8년으로 늘어났지만 일반적으로 관련법이나 규정이 변경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조항이 어떻게 돼 있었는지, 개정시 어떤 경과 규정을 두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감사조서가 남아 있을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이날 제출된 감리요청서가 ‘구체적인 증빙자료’에 해당하는지 여부. 현행 외부감사 및 회계등에 관한 규정에는 특별감리 실시 요건으로 ‘회사관계자·감사관계자·기타 이해관계인 등이 회계처리기준 또는 회계감사기준 위반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관련 증빙자료와 함께 실명으로 제보한 경우’에 한해서 특별감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별감리를 실시하는 것 자체로 기업의 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별감리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오늘 제출된 자료가 구체적인 증빙자료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해야 감리착수 여부를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내부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데다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별감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특별감리를 실시하더라도 ‘과연 나올 게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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