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강북의 반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12.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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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보다 실적좋은 강북영업점 속출

"강남불패(江南不敗) 신화가 깨지고 있다."

부동산이 아니라 저축은행업계 얘기다.

저축은행들은 그간 고액자산가들이 몰려 있는 테헤란로 주변 강남지역을 여·수신영업의 텃밭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강북에 신설된 점포들의 실적이 불과 1년 만에 강남 영업점을 웃돌아 업계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강북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말. 당시 고객 다변화를 모색하던 대형사들과 서민금융 활성화를 유도하던 금융감독당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상계·마포지역에 진출한 솔로몬저축은행, 명동에 강북의 첫 지점을 낸 현대스위스저축은행, 3년 만의 첫 지점을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에 연 한국저축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곳은 솔로몬저축은행 상계지점이다. 이 지점은 지난해 연말 설립된 지 1년여 만에 강남권 대표 점포들을 제쳤다. 올 11월말 기준 수신액은 2581억원으로, 인근 저축은행뿐 아니라 웬만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능가한다.

상계동에 지점 신설을 준비 중인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솔로몬 상계지점의 경우 고금리 예금에 목말랐던 강북고객을 잘 공략했다"며 "직원들이 고객정보 등을 공유해 응대하는 마케팅기법도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솔로몬 상계지점이 수신에서 시중은행 영업점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저축은행이 진입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개설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명동지점 역시 10개월 만에 예금기준으로 강남역지점을 뛰어넘었다. 명동점의 지난 11월말 예금총액은 1639억원으로 강남역(1658억원)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지만 이달에 제쳤다는 후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 고객에 대한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신설한 강북지점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최근 예상 외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지점의 '반란'은 업계 전체적으로 고객층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강북고객들도 고금리 예금 등에 눈을 돌리며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는 가장 많은 13개 점포를 운영하는 HK저축은행의 영업점은 강북 7곳, 강남 6곳이다. 수신액은 강북권이 1조1858억원으로 강남권 6741억원의 2배에 가깝다. 제일저축은행 역시 분당을 포함한 강남 3개 지점의 수신액이 1조332억원으로 강북(안양 포함) 3곳, 9125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강남보다 강북 진출을 검토하는 곳이 많다. 현재 저축은행의 서울점포는 모두 108개며, 강남구(40개)를 중심으로 한강 이남에 78개, 강북에는 30개가 있다. 업계는 강북의 점포수가 꾸준히 늘면서 수년새 이 격차가 크게 좁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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