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이 병에 걸렸다면...'생존 희박'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7.12.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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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의약산업협회 '질병치료 과거와 현재'

1950년대 초만해도 미국은 매년 여름 '소아마비 공포'로 몸살을 앓았다. 한 계절에 6만명의 어린이가 소아마비에 걸렸고 5000명은 사망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소아마비는 옛말이 됐다. 가장 최근에 환자가 발생한 것은 1979년. 1950년대 중반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된 덕이다.

예전엔 속수무책이었던 질병에 대한 의약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소아마비처럼 어떤 질병은 아예 치료제나 예방법이 없었고,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별로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90년대 중반에 만성골수병백혈병 질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지금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때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냥 지켜볼 도리밖에 없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국적 제약사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치료법을 비교, 새로운 의약품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 사례를 소개했다.

첫번째 사례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이 병에 대해서는 노바티스의 '글리벡' 등 많은 치료제가 나오며 치료가능성과 생존률을 높여 주고 있다.



겨우 8년 전 이야기지만 1999년에 이 병에 걸렸다면 지금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당시 치료법으로는 5년을 더 생존할 수 있는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골수이식이나 '인터페론' 투약 등의 방법이 있었으나 골수이식은 위험했고 인터페론은 부작용이 '일생동안 매일 나쁜 독감을 앓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심했다.

이제 백혈병 환자는 혈구의 수를 정상으로 만들어 주는 경구용 알약 등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백혈병 약의 좋은 점은 질병을 담당하는 효소에만 영향을 주는 표적 항암제라는 것이다.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면 생존기간은 26개월에 불과했다. 바이러스 감염 후 AIDS가 발병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유일한 치료제는 4시간마다 복용해야 했고 부작용도 심했다.


그러나 5년 뒤인 1995년 단백효소 억제제가 승인되는 등 치료제 개발 성과가 나타나며 현재 미국내 AIDS 사망률은 70%로 낮아졌다. 또 HIV 감염 판정을 받더라도 최대한 AIDS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늦출 수 있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병도 1990년 후반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현재는 3가지 약물이 등장,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심장혈관질환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고 콜레스테롤의 치료도 최근 수십년새 큰 성장을 이룬 분야다. 1970년대 가장 좋은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콜레스티라민'으로 알갱이로 된 가루였다. 환자는 이를 주스와 섞어 복용했지만 얼마나 먹기 힘들었는지 '마이애미 해변의 모래를 마시는 것 같다'고 표현될 정도였다. 복용하기가 어려워 이 약은 아주 심각한 환자에만 처방됐다.

1987년 새로운 약물군인 '스타틴'이 소개되면서 하루 한번 작은 알약을 먹는 것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복용법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고 콜레스테롤로 심장질환이 발병, 사망하는 예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35년 전 수술 치료가 전부였던 궤양치료는 이제 수술없이 궤양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의사들은 수술과 함께 몇 주간 휴식, 끓인 우유 등 순한 식단과 담배 등을 권했지만 사실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위.십이지장의 내벽을 치료하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수술없이 궤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궤양의 진짜 원인인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궤양을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장기이식정신분열증치료도 신약개발로 득을 봤다. 장기이식은 1980년대 항거부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인체의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 시도됐다 해도 실효가 적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쓰였던 항전신병약물은 부작용이 심했다. 근육강직이나 떨림이 나타났고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상적 움직임이 악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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