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文 단일화는 물건너 갔고…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12.08 19:11
글자크기

양측 그림 큰 차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간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물론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아 있다. 두명 중 한명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경우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다지 높지 않다.

양측이 그리는 그림이 전혀 다른 탓이다. 한마디로 단일화 무산은 '동상이몽'이 낳은 자연스런 결과물이란 얘기다. 정 후보는 조기 단일화를 바랬다. '범여권 단일 후보'의 간판으로 선거 막판 나서야 역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정 후보측 관계자는 "수구부패 세력과의 한판 대결을 선언한 만큼 범민주개혁진영의 대표 선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만큼 문 후보 지지층을 흡수, '이명박 대 정동영'의 구도로 선거판을 재편하겠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반면 문 후보의 노림수는 정 후보의 사퇴였다. "정동영 카드로는 이명박 후보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게 전제였다. 이는 문 후보가 독자 행보를 가게끔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만큼 그림이 달랐다. 문 후보측에서는 '단일화'란 단어조차 반기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불신도 꿈만큼 달랐다.

정 후보측에서는 정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문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늘었다. 신당 내부에서도 적잖았다고 한다. 국민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향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정 후보측 관계자는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정 후보 자신"이었다고 전했다. 신당의 한 의원은 "그렇게 토론을 하고 싶었다면 좀 더 일찍 테이블에 나왔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문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비해 문 후보측은 오히려 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정 후보측이나 신당 전체가 문 후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던 것. 문 후보측 한 인사는 "시간을 끌면서 우리가 무릎을 꿇길 바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눈앞의 대선을 돌파하기 위해 '결과(단일화)'에 무게를 뒀던 쪽과 총선까지 바라보면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정(토론회)'이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쪽 모두 '양보'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

이와 함께 BBK 수사발표 이후 더욱 굳어진 '이명박 대세론'도 단일화 동력을 상실케 한 요인이다. 물론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다만 이 역시 둘 중 한명이 아닌 문 후보의 결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