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 2000조, 은행은 '돈가뭄'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7.12.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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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은행예금 증시로 '쏠림 현상' 탓

은행들이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지만 정작 시중에 풀려나간 돈은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10월 중 광의유동성(L) 잔액(잠정)은 2016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3조9000억원 증가하면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증가율은 12.8%로 2003년 2월의 12.9% 이후 4년8개월 만에 최고다.

시중에 돈은 늘고 있지만 은행의 금고는 비어가고 있는 상황은 자금이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만 흐르는 '쏠림현상' 때문이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금융기관 유동성(Lf)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Lf의 구성요소인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은행채, 3년 및 5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등)은 지난 10월 4조원이 감소했다.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이보다 고객들이 해지하고 빼가는 은행 정기예금 등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은행의 요구불예금도 9월에는 6조원이 증가했지만 10월에 2조2000억원 감소했고, 언제든지 돈을 빼내 옮길 수 있는 수시입출식예금은 9월 2조5000억원 증가에서 10월에는 3조7000억원 증가로 규모가 커졌다.



자금이 부족한 은행들이 또다른 자금조달 방법인 양도성예금증서(CD)를 대거 발행하면서 CD가 포함된 시장형상품은 9월 1조6000억원 감소에서 10월에는 2조2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발행하는 CD나 은행채는 모두 시중 유동성 증가 요인으로 잡혀 시중 유동성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며 "그러나 이는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지속되는 한 은행은 계속 '돈 가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10월 수익증권 증가액은 11조2000억원으로 1999년 1월의 14조8440억원 증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대출이 늘고 정기예금 등에서 빠져나온 돈들이 대거 주식시장 등으로 옮겨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고 쏠림현상이 개선돼 은행채나 CD 발행도 덜하게 되면 시중 유동성도 줄어들게 되고 은행들의 '돈 가뭄'도 해갈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주식시장 등의 수익률이 은행 이자율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쏠림현상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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