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급등… "잔금일이 겁나요"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정진우 기자 2007.12.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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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급등에 대출자 허리 휘고 거래시장 침체

주택대출금리가 8%대로 치솟으면서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대출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잔금일을 앞두고 있는 계약자는 최근 한달새 금리 분위기가 급변하자 주택구입을 서두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 구매를 대기하던 수요자 역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신규 아파트 시장이 전매 제한과 대출 규제로 냉각됐다면 기존 아파트 시장은 금리 상승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주택 계약자 "잔금일이 겁나네"

지난 10월 분당 서현동 효자촌 105㎡(32평형)을 계약한 김모씨(38세)는 잔금일을 앞두고 계속 오르는 금리에 적잖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존금리인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가 한달새 0.31%포인트 급등하면서 내 집을 구입했다는 기쁨은 온데간데 없다. 3억원의 대출금이 점점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 하루가 멀다하고 금융계와 상담하고 있다.

5일 한국증권업협회가 마감가로 고시한 91일물 CD금리는 전날보다 1bp 오른 5.67%를 기록했다. 이는 17영업일 연속 상승 행진이며 지난 2001년 6월 12일 5.70%를 나타낸 이후 6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금리 급등 여파로 10월 이사철에 주택을 계약한 이들은 '우울한 잔금일'을 맞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0월에 신고(계약 기준)된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4만2000여건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대출자도 이자부담에 한숨



회사원 최모씨(38세)는 요즘 이자가 빠져나가는 통장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올 초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105㎡(32평형)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장만하면서 아파트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최씨는 올해 초 신한은행에서 CD변동금리 6.2%를 적용받아 매월 77만5000원의 이자를 냈지만, 지금은 금리가 7.5%로 올라 93만7500원을 내고 있다. 10개월만에 통장에서 16만2500원이 더 나가는 셈이다.

은행원 전모씨(30)는 지난해말 부동산 폭등장세 때 외국계은행의 대출 5000만원을 끼고 노량진동 82㎡(25평형) 아파트를 3억원에 구입했다. 대출시 적용받은 금리는 5%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6%를 넘어 매월 부담하는 이자만 8만원 가량 늘었다.



신한은행 구로중앙지점 김정호 주임은 "대출이자 부담에 규모가 큰 담보대출자들의 하소연은 부쩍 자주 듣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돈암동 지점 대출계 관계자는 "금리를 낮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오는 사람들이 최근 금리를 듣고는 대출을 포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남 고가 및 재건축아파트 거래 '뚝'



세금 부담과 대출 규제로 숨죽이던 강남권 주택시장은 금리 상승으로 또 한번 펀치를 얻어맞았다. 특히 투자 수요자들은 수익 대비 비용 요인이 많아지자 시장을 떠나고 있어 이들의 주요 구매 대상이던 강남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송파 가락시영 42㎡(13평형)의 시세는 5억5000만~5억7000만원으로 1주일새 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강남 개포 주공 6~7단지(고층) 76㎡(23평형) 역시 지난주 대비 1000만원 하락한 6억5000만~6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다만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어 고가 주택 중 급매물들은 일부 팔리고 있다.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집값은 금리에 반비례한다'는 부동산 격언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은 연말 처분조건부 대출자와 일시적 1가구2주택자의 매물과 맞물리면서 당분간 집값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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