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이제는 신약개발로 평가할 때"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7.12.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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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가치평가에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제네릭이나 개량신약만으로 더이상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자체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대안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권사의 내년 제약업 전망을 보면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십수년간 '돈 먹는 블랙홀'이던 신약개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이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제약업 전망을 통해 국내외 시장 현황을 감안할 때 제약사의 신약개발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신약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유망한 신약과 기술을 가진 업체에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가 후속물질 확보에 나선 것과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권 연장에 힘쓰고 있는 상황으로 요약된다.



신약개발이 어려워지고 있음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한 신약 갯수에서 확인된다. FDA에서 허가받은 신약의 수가 날로 줄어드는 가운데 이마저도 혁신적 신약이 아닌 염 변경, 용량변경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허권 보호 전략을 구사하며 제네릭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

미국 FDA 허가 신약 수는 1999년 35개에서 2002년에는 17개, 2006년에는 22개로 감소했다. 반면 염 변경 등을 통해 허가받은 의약품 수는 1999년 48개에서 2002년 61개, 2006년에는 75개로 늘어났다.

웬만한 치료제는 대부분 개발돼 있는데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FDA 허가절차는 강화되는 추세다. 또 다국적 제약사는 기존 제품의 특허만료가 속속 다가오면서 이를 만회할 후속물질이 시급해졌다.


연구개발(R&D)이나 신약파이프라인 가치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혜원 한국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가격 규제 강화와 제네릭 경쟁 격화로 기존 제네릭 영업은 수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신약개발과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의 기술력이 제약사 가치 평가의 제 1조건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기업이 신약 부문에서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어 증권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는 동아제약 (106,800원 ▼3,100 -2.82%)의 천연물 신약 '스티렌', 부광약품 (5,430원 ▼40 -0.73%)의 '레보비르', 유한양행 (87,400원 ▼2,100 -2.35%)의 '레바넥스'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스티렌은 6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고 레보비르와 레바넥스는 발매 첫해에 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제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대규모 라이선싱아웃(기술이전) 사례도 있었다. 동화약품은 골다공증치료제를 P&G제약에, LG생명과학은 간질환치료제를 길리어드에 기술이전했다.
제약사 "이제는 신약개발로 평가할 때"


임진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20년 국내 신약개발 역사가 결실의 계절을 맞고 있다"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해외 유수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90년대부터 기술이전 건수는 많았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다"며 "동화약품이나 LG생명과학의 사례는 이전료도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기술양수 파트너도 실력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은 글로벌화의 전제조건이란 점에서도 중요하다. 글로벌화는 한계에 부딪친 국내 시장의 탈출구로 자주 제시되는 덕목.

대우증권의 임 연구원은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직접 진출사례가 20건에 달하지만 대부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독자 신약이 없기 때문"이라며 ""글로벌화는 신약개발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향후 수익을 위한 기반이자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내다 팔 수 있는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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