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공시번복' 방지 제도 개선추진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7.12.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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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제도로는 최대주주의 거짓말 제재못해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하나로텔레콤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 번복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행 제도에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판단,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6일 "최대주주가 계약체결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관련 내용을 알기 힘든 구조"라며 "하지만 조회공시 답변 의무는 회사에 있고 번복에 따른 제재도 회사에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최대주주가 나쁜 의도를 갖고 거짓말을 할 경우 투자자와 회사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며 "불합리한 점이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하나로텔레콤의 공시 번복은 이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본부는 하나로텔레콤에 최대주주 변경관련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은 최대주주와 SK텔레콤 사이에 지분양수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밝혀 혼란이 빚어졌다. 둘 중 한 회사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같은 혼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5일 최대주주가 SKT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혼란은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의 공시 내용을 보면 지난 3일 최대주주 측이 회사에 지분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며 "이번 혼란은 최대주주 측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시번복의 책임이 하나로텔레콤 보다는 최대주주 측에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대주주는 공시 번복에 따른 제재를 전혀 받지 않는 반면 하나로텔레콤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최종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하나로텔레콤의 주식은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된다.


현재 지분변동과 관련해서 주주에게 직접 의무를 지우는 제도는 5%룰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1% 이상 지분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5%룰은 지분변동이 실제 발생해야 보고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지분양수도 계약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지분변동이 일어나기까지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지분양수도 계약은 수시공시의무 사항이어서 이를 어기더라도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지분양수도 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분을 매각할 경우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처벌하는 사례도 있다"며 "해외 사례나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 입장에서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하나로텔레콤은 소액 투자자 등 다른 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좀 더 최대주주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경우 연락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 쪽에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최대주주의 말만 전달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게 되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하나로텔레콤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주주들은 대주주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며 “간접적인 제재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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