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盧'에서 '反李'로 판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12.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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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反盧'로 독주..BBK 수사발표후 정치권 '反李' 결집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비롯 범여권의 고민이 깊다. 역전을 노리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마음이 답답하다.

'BBK' 관련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판세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어긋난 데서 무기력감까지 감지된다.

'허탈' '망연자실' 등의 단어가 꼭 들어맞을 정도다. 범여권이건 이회창 후보 캠프건 "이 정도까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후보가) 그렇게 깨끗한 사람이었는지 몰랐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상황을 떠나 당장 캠프 차원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추격전을 벌이기도 벅찰 판에 '검찰+BBK' 이후 판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은 곤욕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 후보나 이회창 후보 모두 '정직 대 거짓'의 현 스탠스를 이어가는 외에 다른 길을 찾기 쉽지 않다.



이날 하루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검찰 규탄대회 등에 '올인'하며 검찰을 성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 후보는 상식이 무너졌으며, 올 대선은 거짓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 역시 "국민의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조사결과 발표"라고 검찰을 공격했다.

다만 검찰을 향한 공격만 할 처지가 아닌 게 문제다. 물론 한편에선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찮다.

"어차피 구도 변화가 필요할 때 적절한 변화가 생기게 됐다"(신당 한 의원)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그간 "BBK를 둘러싼 공방을 해왔지만 이제부턴 이명박 대 반 이명박, 부패 대 반부패의 구도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우 신당이 당론으로 발의키로 한 '이명박 특검법'이 촉매제가 될 듯 하다. 이미 민주노동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이 긍정적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까지 가세할 판이이서 '반 이명박' 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 도입까지는 아니어도 '반 이명박'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2주일 남은 선거 기간 내내 '이명박이냐 아니냐'는 확실한 전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범여권의 생각.

범여권 한 인사는 "이명박 후보가 독주한 것은 노무현이냐 아니냐의 프레임 덕분이었다"면서 "이제 남은 기간은 이명박 프레임에서 진행될 것이고 구도와 전선이 확실해지면 우리측 지지층도 더 결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하나 노림수는 민심의 역풍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검찰이 너무 깔끔하게 정리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를 사실상의 현권력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현재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0%선. 역으로 '반(反)이명박'이 60%란 얘기인데 각 진영은 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이를 위한 전략은 단일화다. 정 후보는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범여권 단일후보'이자 '반 이명박의 선봉'이 되겠다는 전략이고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이 아닌 정권 교체'로 부동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민심을 끌고 오기 위해선 이명박 후보는 물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동력'이 시원찮다.

게다가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대세론과 범여권내 패배주의가 워낙 팽배해 '동력'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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