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로저스가 싱가포르로 간 까닭

머니투데이 박형기 국제부장 2007.12.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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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로저스가 싱가포르로 간 까닭


‘상품의 귀재’ 짐 로저스가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중국통인 짐 로저스는 당초 중국의 수도 베이징 또는 상하이로 이사할 계획이었으나 공기가 좋지 않아 싱가포르로 이사키로 하고 최근 뉴욕의 집을 150만 달러에 매각했다고 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동부 연안 도시는 급속한 경제개발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다. 중국 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2008년 올림픽을 맞이해 연탄보일러를 천연가스 보일러로 대체하는 등 '클린 에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이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올림픽 때까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마라톤 등 일부 장거리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을 피해 한국 서울에 선수단이 머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로저스는 왜 홍콩을 선택하지 않고 싱가포르를 선택했을까. 싱가포르도 대중화 경제권이지만 홍콩만큼 중국과 밀착되어 있지는 않다. 홍콩은 오랫동안 대중국 투자관문으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에 중국 투자를 하는데, 싱가포르보다는 홍콩이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로저스가 홍콩 대신 싱가포르를 택한 것 역시 공기 때문이다. 홍콩은 인근 광둥성 지역에서 몰려온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둥성은 경제특구가 가장 먼저 설치된 곳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전초기지였기 때문에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바로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홍콩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1600명이 대기오염 관련 질환으로 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대기 오염은 홍콩인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갉아먹고 있다.

홍콩 암참(미국상공회의소)이 리서치 업체 닐슨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89개 기업 중 51%가 홍콩 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이중 70%는 대기오염을 홍콩 기피 이유로 지적했다. 실제로 적잖은 헤지펀드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둥지를 옮겼으며, 유명 투자은행도 홍콩의 심각한 공기 오염을 피해 싱가포르로 아시아 본부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쯤 되면 깨끗한 공기는 엄청난 국가경쟁력이다. 한국도 공해가 없는 나라를 만들면 중국과의 인접성 등으로 약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게다. 로저스가 홍콩 대신 싱가포르를 선택했고, 미국 대표팀이 올림픽 기간 중 서울에 숙소를 마련할 것을 검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봄에 발생하는 황사는 일거에 한반도를 아황산가스 천지로 뒤덮을 것이다. 크게 보아 한국은 싱가포르보다는 홍콩과 비슷하다. 한국이 홍콩과 동병상련의 운명인 셈이다. 중국은 이래저래 한국에게 기회이자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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