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입'보다 박근혜의 '일거수일투족'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2.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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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李 BBK무혐의 수사발표...朴, 李 적극지지로 선회하나

박근혜 전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최대 관심사다. 올 17대 대선의 '기호 13번' 후보는 박 전 대표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 박 전 대표의 '무게감'과 '중량감'을 빗댄 표현이다.

그런 박 전 대표에게 다시 관심이 쏠린다. 5일 검찰이 BBK 연루 의혹을 받아 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이후 시선은 이명박 후보보다 박 전 대표에게 더 많이 향한다.



검찰의 입보다 이후 박 전 대표의 입과 발이 오히려 더 관심거리란 얘기다. 전망은 갈린다. 이명박 후보에게 보다 적극적인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BBK 사건의 '여진'을 의식, 당분간 관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검찰에서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건 그때보고 또 판단하겠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BBK 수사 결과가 나와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한 마디를 던지고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유세 일정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일(5일) 직전인 지난 4일까지만 짰다.

"그 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과 유세 일정이 맞물리면서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이 드러나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의미로까지 해석됐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유세 현장에서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돕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 경기 지역을 돌며 유세때마다 두 세차례씩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를 직접 거명하기보다는 '정권교체'를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선에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어긋한 순간이었다.

검찰은 결국 이날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향해 의혹의 눈초리를 벗지 못하던 '장애물'은 표면적으로나마 제거된 셈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이 후보가 BBK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박 전 대표 스스로가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선택지'는 정해졌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며 "박 전 대표는 당원의 역할을 다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6일 원주와 강릉 유세에 나서는 한편 다음주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경북을 방문해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변수'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날 공개된 이른바 '김경준 메모(검찰이 김씨에게 형량거래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담은 육필메모)'가 BBK 의혹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

문제가 재점화되면 박 전 대표가 또 다시 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다른 측근은 "이 후보가 검찰 수사발표로 의혹의 대부분을 털어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다"면서 달리 해석가능한 말을 전했다.

한나라당 밖에 둥지를 튼 이회창 후보도 변수다. 박 전 대표를 향해 적극 '구애'에 나서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BBK 수사 결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당내 친박 의원중 일부가 뛰어나갈 경우 박 전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최근 영입된 정몽준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있어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정 의원이 일정 지분을 담보로 이 후보와 '밀약'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선 후 총선, 당권, 차기 대권 등 넓게 보고 운신의 폭을 정해야 하는 박 전 대표에게는 정 의원의 등장이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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