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하나로의 '황당한 계약'

윤미경 기자 2007.12.04 19:37
글자크기

하나로텔레콤 뒤늦게 계약사실 시인..투자자 분통

'지분양수도 계약' 여부를 놓고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대주주가 때아닌 '진실게임'을 벌였다. 이 때문에 증시에 혼란을 빚고,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는 소동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3일 SK텔레콤의 발표부터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7시30분경 하나로 대주주인 뉴브리지-AIG펀드가 보유한 하나로 지분 38.89%를 정부 인가를 받는 조건부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2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7시30분 하나로텔레콤은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답변으로 "대주주로부터 현재로서는 SK텔레콤과 지분양수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한 쪽은 계약을 했다고 하고 또 한쪽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런 상황은 다음 날인 4일에도 저녁까지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채 이어지다가 하나로 측이 계약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로 관계자의 비공식적인 시인 수준이어서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하나로 측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투자자들은 국제적인 M&A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소액투자자는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며 "만일 거짓말을 하는 쪽이 드러나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황당한 혼선

3일 저녁 하나로 측의 부인 공시가 나오자 SK텔레콤은 "분명히 지분양수도계약을 조건부로 체결했다"면서 "계약서가 있는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계약서를 공개하고 싶어도 계약서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지분양수도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했겠느냐"면서 "계약서를 직접 확인한 사람으로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답변공시를 한 하나로는 "우리는 대주주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답변공시에도 분명 '대주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돼 있다. 설령 하나로의 '답변공시' 내용 자체가 거짓으로 드러나도 하나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황당한 결말

계약 사실 여부를 놓고 혼선이 거듭되자 SK텔레콤은 4일 오전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한만큼 하나로 인수계약에 따른 모든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3일 하나로에 주식취득 내용을 통보했고 4일부터 하나로 인수절차에 필요한 협조를요청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아울러 오는 10일 금융감독원에 주식취득신고를 하고, 12월중순 정부에 인수에 필요한 관련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오후에는 이같은 입장을 공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하나로는 이때까지도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이날 저녁 기자의 개별적인 확인에 마지 못해 시인하는 답변을 내놓아 눈총을 샀다.



하나로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간 이견에 따른 것"이라며 "SK텔레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내일(5일)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SK텔레콤과의 계약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