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석면을 다루는 사업장 근로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방법원은 1976~1978년간 제일화학(현 제일E&S)에서 석면 취급 공장에서 일하던 고(故) 원점순 씨가 악성중피종에 걸려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선고공판에서 "회사는 원씨 유족에게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4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석면에 노출돼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내용과 예방법 등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해 (노동자가) 석면 관련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내 법원이 석면 피해에 대한 회사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예용 서울시민환경연구소장은 "경제발전을 이유로 시민의 건강이나 생명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선언"이라며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석면 공장 주변 주민들이 중피종 등 질환을 호소하고 있어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이효철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석면 제조·가공사가 질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을 때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차원에서 500만~1500만달러(약46억~138억원) 정도의 배상액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당장 석면 질환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걸릴 우려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 외에도 부산·울산·대구 등지에서 6건의 석면 피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90년대 초반 80개가 넘었던 석면 제조·가공 업체는 규제가 심해지면서 현재는 16개 업체에서 연간 1700톤의 석면 함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노동부는 석면 사용이 원천 금지되는 2009년 이전에는 대부분 업체에서 허가증을 반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