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하나로 '누가 거짓말하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12.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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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존재여부가 핵심...SKT "있다" 하나로 "모른다"

'지분양수도 계약' 사실을 놓고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대주주가 때아닌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SK텔레콤은 하나로 대주주인 뉴브리지-AIG펀드가 보유한 하나로 지분 38.89%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12시간도 채 안된 시점에서 하나로 대주주는 계약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답변공시를 냈다.

이로 인해 증권시장은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12시간도 채 안돼 상황이 뒤집히는 것을 보면서 가슴을 치고 있다. 한 소액투자자는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며 "만일 거짓말을 하는 쪽이 드러나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아직 밝혀진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SK텔레콤은 여전히 '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하나로측은 '우리는 대주주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거짓말로 손해볼 대상은?



SK텔레콤은 3일 오전 7시 30분경 하나로 대주주의 지분 38.89%를 주당 1만1900원에 정부 인가를 받는 조건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금액은 총 1조877억원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7시 30분경 하나로텔레콤은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답변으로 "대주주로부터 현재로서는 SK텔레콤과 지분양수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분명히 지분양수도계약을 조건부로 체결했다"면서 "계약서가 있는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계약서를 공개하고 싶어도 계약서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지분양수도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했겠느냐"면서 "계약서를 직접 확인한 사람으로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답변공시를 한 하나로는 "우리는 대주주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답변공시에도 분명 '대주주로부터~통보받았다'고 돼 있다. 설령 하나로의 '답변공시' 내용 자체가 거짓으로 드러나도 하나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지분양수도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했다'고 공시한 것이라면 기업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당장 유가증권시장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소액투자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그동안 쌓아왔던 SK텔레콤이라는 기업 신뢰도와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번 답변공시로 인해 책임질 부분이 없는 하나로와 계약체결 공시로 인해 모든 사실을 책임져야만 하는 SK텔레콤. 그렇다면 '거짓말'로 인해 누가 많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일까.

◇인수금액 높이기 위한 전략?



SK텔레콤은 분명하게 "계약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는 "우리는 대주주로부터 계약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로는 계약서 존재여부 자체를 모르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이 밝힌대로 '조건부' 지분양수도계약서가 체결된 것이 사실이라면, 하나로 대주주는 왜 답변공시를 통해 계약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것일까.

이를 두고 몇가지 추론이 나돈다. 하나는 SK텔레콤보다 좋은 가격조건을 제시하는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감수해야 한다. 기업 인수합병(M&A)의 달인들인 하나로 대주주가 이런 엄청난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계약파기를 감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번째는 하나로 대주주가 이번 인수계약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인수계약은 분명히 '본계약'이 아니다. '조건부' 지분양수도계약인 것이다. 그 '조건'이라는 것은 정부의 인가를 비롯해 자잘한 몇가지 조건이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계약에서 SK텔레콤으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유리한 상황으로 '조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와 달리, 하나로 대주주인 뉴브리지-AIG는 사실과 다른 '답변공시'를 해도 금전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번째 관측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계약서 존재여부'다. 지분양수도계약서가 있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4일 SK텔레콤은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한만큼 하나로 인수계약에 따른 모든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3일 하나로에 주식취득 내용을 통보했고 4일부터 하나로 인수절차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주내로 금융감독원에 주식취득신고서를 내고, 12월중순 정부에 인수에 필요한 관련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필요하다면 계약서를 공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SK텔레콤과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하나로텔레콤. 과연 한솥밥을 먹게 될 것인지 못먹게 될 것인지는 '계약서' 존재여부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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