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동영 후보의 부산 유세 전경
우선 자원봉사단이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춘다. 정치인들은 차례로 지원 연설에 나서 분위기를 띄운다.
잔뜩 소리를 키운 음악에 귀가 멍멍해질 때쯤 청중의 등 뒤에서 후보가 등장한다. 경호원과 수행단, 지지자들이 뒤엉켜 한발 한발 떼기가 어렵다.
3일 오후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에 어둠이 깔렸다. 4.5톤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가 왕복 2차선 이면도로를 막아섰다. 좁은 길에 꽉 들어찬 인파를 헤치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겨우 연단에 올랐다.
▲(왼쪽부터)이해찬 선대위원장, 정동영 후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
그는 이어 "한 계단만 올라가면 선진국이다"며 "선진 사회는 신뢰가 있는 사회이며, 신뢰 사회로 가는 데 최대의 적은 지도자의 거짓말과 부정부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가 두 사람을 내려보내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었다. '깨끗한 지도자'로 자랑해 온 이들을 내세워 전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의지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타깃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였다. BBK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때에 맞춰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한 셈.
정 후보는 "거짓말쟁이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경제는 후퇴할 것이다"며 "절대 앞으로 5년 정부를 거짓말 사회로 후퇴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결의해달라"고 이 후보를 매섭게 몰아세웠다.
반응은 엇갈렸다.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는 이들은 대개 정 후보 지지자들이었다. 청중의 상당수는 팔짱을 낀 채 연설을 묵묵히 들었다.
티셔츠를 맞춰 입은 정 후보 팬클럽과 지지자들은 정 후보가 유세장을 떠난 뒤에도 음악이 맞춰 춤을 추는 등 신나는 축제를 한 판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시민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번에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직은 더 크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울산과 창원도 방문, 이명박 후보를 "거짓말쟁이 후보"로 몰아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이명박 후보측에 합류한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도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정 후보는 4일엔 나주 혁신도시 건설청을 방문하고 광주에서 유세하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