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좌금실 우해찬' 부산민심 공략

울산·창원·부산=김성휘 기자 2007.12.0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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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경남 유세.."이명박은 거짓말쟁이 후보" 맹비난

▲3일 정동영 후보의 부산 유세 전경▲3일 정동영 후보의 부산 유세 전경


대통령 후보의 선거유세는 어딜 가든 비슷하다.

우선 자원봉사단이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춘다. 정치인들은 차례로 지원 연설에 나서 분위기를 띄운다.

잔뜩 소리를 키운 음악에 귀가 멍멍해질 때쯤 청중의 등 뒤에서 후보가 등장한다. 경호원과 수행단, 지지자들이 뒤엉켜 한발 한발 떼기가 어렵다.



십수명이 무대에 오르고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그제서야 후보 홀로 남아 마무리 연설을 펼친다.

3일 오후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에 어둠이 깔렸다. 4.5톤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가 왕복 2차선 이면도로를 막아섰다. 좁은 길에 꽉 들어찬 인파를 헤치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겨우 연단에 올랐다.



공식대로 정 후보가 홀로 남아 유세를 펼쳐야 할 시간.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두 사람이 내려가지 않았다. 정 후보 왼쪽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 오른쪽에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왼쪽부터)이해찬 선대위원장, 정동영 후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왼쪽부터)이해찬 선대위원장, 정동영 후보, 강금실 전 법무장관
정 후보는 "강 전 장관은 재산이 마이너스(-)고 이 전 총리는 정치 20년 동안 자기 재산을 한푼도 안불렸다"며 "공직자는 자신의 권력, 정보, 기회를 자기 재산 불리는데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계단만 올라가면 선진국이다"며 "선진 사회는 신뢰가 있는 사회이며, 신뢰 사회로 가는 데 최대의 적은 지도자의 거짓말과 부정부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가 두 사람을 내려보내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었다. '깨끗한 지도자'로 자랑해 온 이들을 내세워 전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의지였다.


타깃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였다. BBK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때에 맞춰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한 셈.

정 후보는 "거짓말쟁이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경제는 후퇴할 것이다"며 "절대 앞으로 5년 정부를 거짓말 사회로 후퇴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결의해달라"고 이 후보를 매섭게 몰아세웠다.



반응은 엇갈렸다.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는 이들은 대개 정 후보 지지자들이었다. 청중의 상당수는 팔짱을 낀 채 연설을 묵묵히 들었다.

티셔츠를 맞춰 입은 정 후보 팬클럽과 지지자들은 정 후보가 유세장을 떠난 뒤에도 음악이 맞춰 춤을 추는 등 신나는 축제를 한 판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시민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번에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직은 더 크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울산과 창원도 방문, 이명박 후보를 "거짓말쟁이 후보"로 몰아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이명박 후보측에 합류한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도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정 후보는 4일엔 나주 혁신도시 건설청을 방문하고 광주에서 유세하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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