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 후보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갑수 대변인은 "일정 취소는 오늘 하루뿐"이라며 "사퇴의 'ㅅ'자도 꺼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내부 상황을 전했다. 캠프 내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해 보면 지난 2일밤 '단일화 협상파'와 '독자 완주파'가 격론을 벌였다.
다만 상황 변화는 감지된다. 이전까지 '독자 완주'쪽의 입김이 셌지만 이젠 '단일화파'의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무엇보다 "부패 세력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현실 상황이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동대문운동장에서 경기하지 말고 잠실 야구장에 진격해 들어가 한판 겨뤄보자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사퇴보단 자기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으로 나가자는 게 단일화파의 핵심 논리인 셈이다. 정동영 후보 사퇴 요구도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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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어떤 결론을 낼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 뿐 아니라 총선까지 염두에 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 탓이다. 게다가 문 후보가 내리는 첫 정치적 결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의 정치력을 평가할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최선은 "부패 세력 집권 저지"라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긴 하다.
철거되고 있는 동대문구장의 우승자가 되느니 우승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있는 잠실 야구장에서 한번 뛰는 선택을 할 것이란 얘기다. 정 후보에 대한 사퇴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140명 의원들을 향해 기득권 포기를 요구한 것도 하나의 명분 쌓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