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펀드로 부자나라 되다

룩셈부르크=이학렬 기자 2007.12.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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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허브를 가다](1)작은 펀드대국 룩셈부르크

편집자주 - 룩셈부르크에 펀드만들면 유럽에서 通한다 - 룩셈부르크는 유럽펀드의 관문..EU펀드 4개중 한개는 룩셈부르크표 - 펀드수입 GDP 10%이상..세금만 연 3000억원 - 사통팔달 지리적환경, 자유로운 외환환경, 4개국어 가능한 언어 등도 경쟁력

↑룩셈부르크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룩셈부르크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코니'라고 불린다. 보행자 전용 산책로인 '쉬멩드 라 코르니쉬(Chemin de la Corniche)'는 유명한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룩셈부르크 구시가는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름다운 정원보다 룩셈부르크는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유명하다. 2006년 기준 인구는 45만9500명이지만 1인당 GNP는 7만6040달러로 세계 1위다. 룩셈부르크가 잘 사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GDP의 40%를 차지하는 금융의 발전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자산운용(펀드산업)산업은 GDP의 1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펀드공화국 룩셈부르크
국내 주식시장에서 룩셈부르크는 익숙하다. 룩셈부르크에서 설정된 많은 펀드들이 한국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으로 룩셈부르크 국적의 외국인은 현대미포조선, 서울증권, 계룡건설 등 코스피 상장사는 물론 태광, 태웅, 현진소재, YBM시사닷컴 등 코스닥 상장사 지분 5%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6월말 기준 평가금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

룩셈부르크, 펀드로 부자나라 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유럽 펀드시장에서 룩셈부르크가 차지하는 위상이다. EU국가 3개국이상에서 팔리는 펀드 4개중 하나는 룩셈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펀드다. 룩셈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펀드 중에서 300개가 한국에서도 팔리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룩셈부르크에는 2501개의 투자펀드가 있으며 1만415개의 하위펀드들이 존재한다. 운용중인 자산은 2조590억유로에 달한다. EU국가 어디서든 팔 수 있는 펀드인 UCITS((Undertakings for Collective Investment in Tranferable Securities) 중 28.4%가 룩셈부르크에서 만들어졌고 자산은 무려 1조8491억유로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강하다. GDP의 10%를 차지하는 것 외 연간수익의 13%가 펀드산업에서 나온다. 게다가 펀드산업은 룩셈부르크의 낮은 실업률의 이유이기도 하다. 활동인구의 4%인 1만2900명이 펀드산업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는 말 그대로 유럽펀드의 중심지라 할 수 있고 전세계에서도 미국을 제외하면 펀드규모가 가장 크다. 70~80년대 룩셈부르크가 아르셀로(지금의 아르셀로미탈)이라는 철강회사로 부국이 됐다면 지금은 펀드산업으로 부국이 된 것이다.


△왜 룩셈부르크인가
세계 25개의 주요 글로벌 자산 운용사가 만드는 펀드국적은 대부분 룩셈부르크다. 프랭클린 템플턴, HSBC 홀딩스, BNP파리바스, UBS, ABN암로 등이 모두 룩셈부르크를 펀드국적으로 삼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 멜론 등만이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펀드를 만들었다.

주요 운용사가 룩셈부르크를 펀드의 고향으로 삼은 이유로 세금을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룩셈부르크가 세금이 없거나 적다는 것은 큰 오해다. 물론 룩셈부르크에는 자본이득과 이자소득세는 없다. 하지만 매년 펀드성격에 따라 펀드의 자산의 0.01~0.05%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룩셈부르크의 펀드 자산이 2조유로라 가정해도 매년 2억유로가 세금으로 걷히는 셈이다.



↑은행협회(ABBL)와 펀드협회(ALFI)가 한곳에 있다.↑은행협회(ABBL)와 펀드협회(ALFI)가 한곳에 있다.
오히려 룩셈부르크를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만들어주는 이 같은 세금이 펀드산업에는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룩셈부르크 펀드협회의 언론담당 쟝 자크 피카 부서장은 "룩셈부르크가 세금도피처라는 인식은 오해"라며 "오히려 룩셈부르크는 세금이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펀드 관계자들은 룩셈부르크가 펀드 강국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EU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펀드 관련 규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피카 부서장은 "UCITS를 EU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것이 지금이 폭발적인 펀드산업 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일종의 선점 효과 덕인 셈이다.

선점효과는 다른 EU국가가 UCITS를 받아들인 이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룩셈부르크에서 펀드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BL(Kredietbank Luxembourg)의 스테판 리즈(Stephane RIES) 부서장은 "다른 나라에 펀드를 팔 때 룩셈부크르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신뢰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면 '글쎄'라는 의문부터 품는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는 최근 UCITS를 개선한 SIF(Specialised Investment Funds)를 새롭게 받아들였다. 펀드에 대한 규제를 낮춤으로써 최근 경쟁자로 떠오른 더블린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환자유화는 룩셈부르크가 펀드강국이 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 9월 FTSE회장이 방한,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지 못한 이유로 외환거래의 불편함을 꼽은 바 있다. 그만큼 외환자유화는 국제적인 금융거래에서 중요하다.

룩셈부르크에서는 각종 투자자금을 원하는 통화로 교환 또는 이전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외환 회득관련 제한이 없으며 법적절차를 포함한 투자자금의 송금관련 소요시간은 2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일요일 한가한 룩셈부르크 금융중심가. ↑일요일 한가한 룩셈부르크 금융중심가.
이와 관련해 프라이빗 뱅킹이 강한 것도 큰 특징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자금세탁이 원활한 만큼 비밀거래가 보장되는 것이 룩셈부르크 금융이 발달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룩셈부르크 구시가 주차장은 이웃나라인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 예금하려고 오는 투자자들의 차들로 오전부터 붐빈다.

지리적 이점과 다양한 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은 금융허브국가에서 빠지지 않는 요인이다. 룩셈부르크는 프랑스, 독일, 벨기에와 인접해 있다. 이들 나라에서 룩셈부르크로 통근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피카 부서장은 "룩셈부르크는 최근 물류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유럽의 각국과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류에 대한 강조는 주차위반 벌금에서도 알 수 있다. 보통의 주차위반은 25유로의 벌금만 내면 되지만 운송 정차지역에 주차하면 2배인 49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룩셈부르크의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다. 하지만 독일어는 물론 영어까지도 가능하다. 한 현지 교민은 "거리의 거지마저도 4개국어이상을 유창하게 한다"고 우스갯말을 했다.

이밖에 입헌군주제로 안정된 정치와 전 룩셈부르크 시장이 적십자사가 개최하는 자산 바자회에 직접 물건을 팔 정도로 개방적이고 겸손한 시민의식도 금융 강국이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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