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마련 '10년 장기투자'도 길지 않다

김주형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2007.12.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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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재무설계 Q%A

Q: 정년을 10년 앞둔 4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작은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수입이 적어 부부가 15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알뜰한 가계 운영으로 집을 마련하고 시골에 한 뙈기 땅도 사 퇴직 후에는 낙향해 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24세 때 첫애를 본 후 돈 모으는 욕심에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다가 40세 때 늦둥이 둘째애를 봤는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둘째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퇴직하므로 학자금 마련이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시골 땅을 팔기엔 아깝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재무 진단
 
절약해서 모은 돈을 고금리 시대엔 은행적금으로, 저금리 시대 이후엔 펀드로 운용하는 등 재테크를 잘했습니다. 40대 후반에 노후의 꿈을 준비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둘째아이의 교육자금 70% 이상이 은퇴 이후에 필요한 돈인데 미리 준비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월 소득은 300만원 정도. 대학교 3학년인 큰애의 남은 등록금은 보통예금 통장에 매달 잉여자금(월 70만원)을 넣어두었므로 문제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둘째아이의 교육비 마련 계획을 세우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A: 일반인들은 자산으로 눈에 보이는 실물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돈을 모으면 먼저 땅이나 주택 등을 구입합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80% 넘게 차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무설계의 목적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소비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어적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녀가 대학에 가야 학자금을 마련하고, 은퇴를 해야 노후 걱정을 하는 게 방어적인 삶의 전형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시기마다 다양한 공격수들을 만나고 예기치 못한 변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결혼자금이나 주택마련자금, 자녀교육자금이나 은퇴자금 등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맞닥뜨려야 하는 가계를 괴롭히는 공격수들입니다. 방어망이 취약해 그중 하나에게라도 뚫린다면 힘겹게 쌓아 놓은 재산은 휩쓸려갑니다. 불씨를 모두 없애지 않아 바람이 불면 다시 재발되는 산불과도 같습니다.
 
대학생인 큰아이의 남은 1년의 교육자금과 작은아이의 교육자금을 지금부터 함께 준비하면 충분히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등의 불로 닥친 교육자금에 대해 조급하게 근시안으로 대처하면 잉여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매달 잉여자금 70만원을 6개월 동안 보통예금 통장에 입금했음에도 현재 300만원만 잔고로 있습니다. 이는 소비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매달 발생하는 생활비 등의 지출용 통장을 현재의 보통예금 통장으로 운용하고, 교육자금 마련을 위한 통장은 별도 계좌로 만들어 돈이 새나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큰아이의 1학기 등록금(350만원 가량)은 현재 잔고 300만원과 월 잉여금 40만원을 CMA통장에 예치하면 충당이 가능합니다. 2학기 등록금 역시 월 40만원씩 9개월 예치하면 내년 8월께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아이의 교육자금은 월 잉여금 70만원 중 나머지 30만원으로 10년간 장기투자를 하면 연간 1000만원 정도의 교육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는 사실보다는 10년간 꾸준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큰아이가 대학을 졸업한 후 남는 월 40만원을 따로 떼내 은퇴 전까지 9년 정도 노후 대비용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재무설계는 돈을 모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목돈이 필요한 계획에 대해 사전에 대비해 준비하면 재무적인 고민을 크게 덜 수 있습니다. 재무관리에 있어 방어적인 삶이 아닌 공격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학자금 마련 '10년 장기투자'도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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