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융사 신용경색 이용, 해외진출 박차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11.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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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으로 주가가 하락한 외국 은행의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공상은행(ICBC)에 이어 이번에는 핑안보험이 네덜란드 은행 포티스 지분 4.2%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엎은 중국 금융기관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 바람이 보다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2위 보험업체인 핑안보험은 29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네덜란드 은행 포티스 지분 4.2%, 9500만 주를 27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주당 인수 가격은 19.05유로로 포티스의 올해 순익 7배에 달한다.

핑안보험은 이번 거래를 통해 외국 은행의 선진 경영 노하우를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



피터 마 핑안보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핑안은 리스크 관리와 상품 혁신 등의 전문 노하우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소재 JP모간의 올리비에 드 그리벨은 "핑안보험이 국제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포티스 역시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우선 ABN 암로 인수를 위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소비한 포티스는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의 '기회의 땅'으로 부상한 중국 진출의 계기도 마련했다.


모리스 리펜스 포티스 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중국 진출 길을 열어 전반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핑안보험을 비롯, 중국 금융기관들의 국제무대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공상은행(ICBC)은 남아프리카 스탠다드 뱅크 지분 20%를 56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민생은행은 미국 UCB 은행 지분 9.9%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생명도 최근 "유럽이나 미국의 대형 보험사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구체적인 대상은 명시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으로 주가가 하락한 때를 이용해 외국 기업 지분 인수에 도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포티스 주가는 4월 11일 고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약 40% 하락했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로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한편 중국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해외 진출에 활발히 나설 수 있는 원천은 주식시장이 꼽힌다. 증시 활황으로 중국 보험업체들의 자본력은 약 3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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