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실위험 은행 '위기를 기회로'

지동현 국민은행연구소장 2007.11.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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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부실위험 은행 '위기를 기회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미국 씨티은행을 비롯한 선진 우량은행 주가는 연초 대비 40% 내외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국내 은행의 주가도 연초 대비 20% 내외 떨어졌다.
 
이같은 큰 폭의 주가 하락은 국내외 은행들이 수난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은행들은 모기지 대출자산의 부실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은행들의 경우 현재 이익은 괜찮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미래 이익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근 국내은행들이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것도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4년부터 국내 예금은행의 예금 규모보다 대출금 규모가 더 커졌다. 이는 2001년 이후 대출증가율이 예금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한 데 기인한다.



은행이 예금을 초과하는 대출금을 유지하려면 예금 이외에 다른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대출자산을 유동화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은행들은 외형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산 감소 효과를 가져오는 대출자산의 유동화를 시행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대거 발행해 부족한 대출재원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 은행채 및 CD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은행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은 대출고객의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혹은 자산운용사 펀드로 은행 예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펀드 및 CMA 등 자본시장 상품으로 은행 예금이 이동하는 현상은 예금시장에서 가계가 은행을 떠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개인의 탈은행화 현상은 미국에선 이미 지난 20여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예금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탈 은행에 대해 미국은행들은 대출자산을 유동화해 예금 비중이 하락함에도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비록 늦었지만 몇몇 국내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자산의 유동화를 준비 중이다. 일부 국내은행은 대출 취급시 유동화에 대한 고객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내년 초부터 다수의 국내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하여 이를 대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대출자산 유동화와 함께 미래수익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을 국내은행들이 찾아야할 것이다. 국내은행들은 대출잔액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예대마진이 하락하여 이자수익이 정체상태에 있다. 앞으로 대출이 과거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어렵다. 이는 대출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도달한 동시에 은행 예금이 자본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어서 대출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수료이익 전망도 불투명하다. 펀드판매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와 같은 맥락에서 펀드판매 수수료의 인하 조치 가능성이 있어 수수료 이익이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동남아지역 등으로 해외 진출을 활발히 하고는 있지만 사업규모가 작아서 해외부문이 의미있는 이익성장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안의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금융회사를 국내은행이 인수하는 것이다. 국내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더 하락한 미국 금융회사 중에서 규모가 큰 금융회사를 인수하면 해외부문의 이익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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