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또 한마디…이번엔 무슨 뜻?

오상헌 기자, 충북 옥천=정영일 기자 2007.11.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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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BBK수사)발표를 보고 판단하겠다"

박근혜의 또 한마디…이번엔 무슨 뜻?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던지는 한 마디는 그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낳는다. "대전은요?"란 말이 지난해 지방선거판을 정리한 게 좋은 예다.

"오만의 극치"라는 한 마디에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2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정체'에 빠뜨린 것도 "정도가 아니다"는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정치권에서 '박근혜의 한 마디 정치'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또 한 마디를 던졌다. 충북 옥천 고 육영수 여사 숭모제에 참석해서다.

그는 "검찰에서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지원유세 여부를) 그때 보고 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BBK 수사 결과가 나와도 지원유세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장 BBK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지원유세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이 후보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기로 했던 지난 26일의 말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유세활동에 나선다는 소문이 있다는 기자의 전언에 "그것은 나하고 상관없이 나온 얘기"라고 했다. BBK와 지원유세와의 무관함을 강조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BBK 문제는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하는 문제다.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일"라고도 강조했다.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원칙적 발언'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적잖은 '함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미묘한 시기인 탓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입에서 BBK가 언급된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향후 정치행보의 중심에 BBK가 놓여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듯하다. 유세 일정이 검찰 수사 발표 예정일(12월5일) 하루 전인 다음달 4일까지만 짜여 있다는 점도 '정치력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박 전 대표를 바라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걱정은 깊다. 더욱이 '친박' 성향 곽성문 의원이 이날 탈당하면서 이회창 캠프에 합류했다. 곽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까지 말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물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 박 전 대표측 모두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 후보측 핵심 측근은 "원론적 입장 아니겠냐"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BBK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이회창 후보 캠프쪽으로 급속히 힘이 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하튼 한나라당으로선 검찰 수사 발표때까지 초조한 한 주를 보내야 할 듯 하다. 반면 이회창 후보 캠프는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도 한나라당의 분열 조짐에 웃음을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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