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금사정 정말 어렵나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2007.11.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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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대출이 예금 추월.. '유동성 비율 완화' 한목소리

한국은행의 국고채 조기 매입으로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부분의 은행은 채권시장 안정과 원화 유동성 공급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 금리 상승 추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자금사정 정말 어렵나=한은이나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등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시중은행들이 이의 타개책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를 계속 발행하면서 전체적으로 금리를 끌어 올린 탓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금이 주식시장이나 펀드로 쏠리는 '머니 무브(Money Move)'현상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금고' 사정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은행 (0원 %)의 28일 현재 원화 총대출금 잔액은 152조9660억원인데 비해 총수신 잔액은 148조7434억원으로 대출금이 4조2226억원이 많다. 들어온 돈보다 대출해 준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의 경우 대출금 잔액은 133조740억원, 총수신 잔액은 145조7319억원으로 수신이 12조6579억원 많았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27일 현재 원화대출 잔액은 105조1413억원, 총수신은 110조8360억원으로 수신잔액이 5조6947억원이 많다. 지난해 말의 11조5392억원(대출 89조5921억원, 수신 101조1313억원)에 비해 그 격차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우리은행도 28일 현재 수신 115조5089억원, 대출 115조3540억원으로 수신잔액과 대출잔액 차이가 1549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은 4조577억원(수신 103조3034억원, 대출 99조2457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 (0원 %)의 26일 현재 원화대출 잔액은 78조2230억원, 총수신은 87조7328억원으로 수신잔액이 9조5098억원 많다. 그러나 지난해 말의 16조2037억원(대출 73조5436억원, 수신 89조7473억원)에 비해서는 '반토막' 났다고 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수신과 총대출 차이를 보고 은행의 자금운용 여력을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비율 규제 풀어야=은행들은 당장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시장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한은의 국고채 매입조치도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준다는 측면과 금리 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자금조달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유동성 지원과 매월말 맞춰야 하는 금융당국의 원화 유동성 비율 지도 조치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상황이 은행의 부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탓이 큰 만큼 유동성 지원이나 원화 유동성 비율 보고 조치의 완화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은행의 자금담당 부장은 "월별마다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고, B은행 자금담당 부장은 "9월부터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5%에서 100%으로 완화한 대신 매달 이를 맞추도록 하다보니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금융채 발행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 비율 보고 조치를 완화해 주는 것이 직접적으로 은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준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은행들이 여신운용을 줄여 나가거나 수신쪽에서 변동리스크가 적은 고정금리부 신상품 등을 만들어 조달원을 창출할 수 밖에 없다"며 "시장의 쏠림현상은 중앙은행이 완화해 줘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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