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림-한화, 냉정 찾아야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7.11.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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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용 명예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천NCC는 IMF의 산물이다"라고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했던 석유화학업계 자율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칭송받았던 여천NCC가 첫 단추(합작)를 잘못 뀄다는 의미였다.

사실 양측의 합작은 시작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규모는 대림이 배 이상 컸지만 지분은 동일했다. 이러다 보니 임원수나 간부수는 양쪽 동수로 구성돼야 했고 대림 출신 직원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이같은 불화의 불씨는 한화출신인 여천NCC 이신효 부사장이 "대림측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이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이 부사장은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대림은 한화측의 언론플레이라 여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01년 여천 NCC 파업 때 자신이 노조와 직접 협상해 사태를 해결했을 때도 한화측에서 "이 명예회장과 대림 출신 노조위원장이 삼촌지간"이라고 비방했고 올해까지도 이같은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며 한화측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 명예회장이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여천NCC의 내부 갈등이 공동 대주주인 대림그룹과 한화그룹의 법정공방으로 비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명예회장이 최근 여천NCC의 등기이사로 복귀하자 '어른'으로서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명예회장이 나서서 김승연 회장 과 만나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당위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 명예회장이 '협상장'보다는 '법정'을 선택하면서 이같은 기대는 깨졌다. 양측의 극적인 화해가 없다면 매출 4조원에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국내 최대 나프타 생산업체인 여천NCC는 하나의 기업으로 존재하기 힘들 전망이다.


여천NCC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IMF의 사생아'였는지 모른다. '글로벌 석유화학업계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상투적인 문구를 쓰지 않더라도 '생존'과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분투해야 할 시점에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양측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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