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더 빠지기 전에 환매할까?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7.12.0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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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펀드자금 급격한 이탈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00조를 돌파했다는데 왜 내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1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이 급등락하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간접투자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 시장이 규모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초 이후 설정액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든 펀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가 장기간 운용되는 사이 초기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한편 추가로 유입되는 자금이 제한적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증시의 거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들어 관련 펀드에서도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의 설정액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운용 계획에 차질 생길 수도

펀드 투자자들이 챙겨야 할 사후관리 중 한 가지가 설정액이다. 설정액이 줄어들 때 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늘어날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펀드 운용 방향에 맞지 않게 기관 자금의 유입으로 인해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 투자 스타일이 바뀔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익률이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설정액이 감소하면 왜 부정적일까. 마찬가지로 운용 방향에 차질이 생기거나 이 때문에 펀드에 남아있는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에서 대량 환매가 발생하면 매니저는 당초 계획했던 운용 방향과 상관 없이 보유 종목을 매도해야 한다. 이 때 적정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해야 하거나 상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울며겨자먹기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펀드에 편입돼 있던 종목을 적정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팔거나 포트폴리오 구조가 당초 계획과 어긋나면 펀드를 유지하는 가입자에게는 불리하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민주영 연구원은 "환매가 일어날 때 펀드매니저는 포트폴리오 비율을 가급적 유지하면서 투자 종목을 매도하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동성이 부족해 매도하기 힘든 종목도 있고 앞으로 상승이 예상돼 팔기 아까운 종목도 있게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계한 포트폴리오가 유지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의 허진영 연구원도 "환매는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운용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뭉치돈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면 편입할 종목을 적정 가격과 시기에 매수하기도 힘들고 주가 방어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쪼그라드는 펀드 어떻게 할까



설정액 감소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환매를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자금 이탈을 불안해하거나 이 때문에 동요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펀드매니저가 교체되었거나 운용 전략이 변경된 경우라면 환매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펀드에 가입할 당시 세웠던 투자 목적과 운용 방향에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거나 자신의 투자 성향과 반대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면 이는 환매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설정액이 줄어들면서 수익률이 감소해도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영 연구원은 "자금 이탈 그 자체만으로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동시에 설정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양호하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판매사나 운용사에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며 펀드매니저의 교체나 운용 전략 변경으로 인해 설정액이 줄어들면서 수익률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환매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펀드 일주일 새 2200억 유출

제로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8일 사이 중국 펀드에서 22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A'의 설정액이 2조7740억원에서 719억원 감소했고, '봉쥬르차이나주식2-A' 역시 3조1958억원에서 454억원 감소했다.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주식1-A'와 '봉쥬르차이나주식1'도 각각 200억원 이상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진영 연구원은 "중국 펀드의 자금 이탈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연초 이후 꾸준히 증가했던 설정액이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하게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랜드마크운용의 'ING1억만들기주식1'의 설정액이 연초 7616억원에서 3288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KB운용의 '광개토주식'과 SH운용의 '미래든적립식주식C'도 연초 이후 3000억원 이상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설정액 감소와 수익률 사이에 일관적인 함수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펀드는 자금이 이탈한 동시에 수익률이 같은 유형의 평균치를 밑돌았으나 일부는 오히려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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